150901 <샹그릴라>
「첫사랑」
니오 마사하루 드림
“와, 너 엄청 많이 컸구나.”
“푸릿.”
“그 알 수 없는 말버릇도 여전하고.”
쿡쿡, 살짝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당신은 나보다 작다. 어릴 적엔 엄청 크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인가. 그냥 내가 너무 커버린 건가. 카드뭉치를 쥐고 흔들던 작고 흰 손은 여전히 그대로다. 풍성하게 길게 내려온 머리, 립스틱을 발랐는지 핑크빛인 입술, 원피스를 따라 생긴 몸의 굴곡, 길게 뻗은 다리.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는 내 시선이 불편하지도 않은지 당신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염색한 거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어렸을 땐 말도 많더니, 이젠 대답도 않네. 나 안 보고 싶었어, 마사하루?”
“그렇게 묻는 사람이야말로 날 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나?”
“어휴, 언제 커서 이렇게 능글맞아진 거야.”
코끝을 찡긋하는 버릇도 그대로. 피식 웃어버렸더니 당신도 따라 웃는다. 그 때도 예뻤지만 지금의 당신은 빛이 난다. 이렇게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도 오랜만이다.
“물론 보고 싶었지.”
“나도 보고 싶었어.”
만족스런 대답을 듣고 나서야 당신에게 대답한다. 다시 꼬마가 된 것 같다. 누나와 당신의 손을 붙들고 길을 걷던 아주 어릴 때. 내 눈 앞에서 펼쳐지던 마술에 반한 건 그걸 행했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얘, 안 나오고 뭐해.”
“응, 나갈게.”
현관문 앞에 선 누나의 부름에 당신이 돌아선다. 부리나케 구두를 신는 발이 작고 귀엽다. 문을 열다말고 당신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친다.
“이제 누구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겠다. 다음에 또 올게!”
생긋 웃고 당신이 문 밖으로 나선다. 쿵. 문이 닫힌 현관 앞에서 나는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느라 얼굴을 쓸어내린다. 주머니 속에 있는 카드뭉치를 만지작거린다. 이사 가기 전 당신이 내게 주었던 선물.
아, 젠장.
그런 당신이 첫사랑이라고는 절대로 말 못 해.
(2015.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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