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425 <당신의 수호천사> 

「악몽」

히요시 와카시 드림




 너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쳐다본다.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차가워서 나는 차마 너에게 손조차 뻗지 못했다. 이렇게 길고 긴 길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아무리 멀어져도 너의 모습은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고 작아지기만 한다. 작아지고 작아진 네가 이제는 겨우 손톱만한 점으로 보인다.




 “저기, 와카시.”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손가락을 마주잡고 우물거리는 네가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네 목소리에 번뜩 정신이 들어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슨 일 있어?”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네 눈 때문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아니, 아무 일도.”

 “그치만 지금 엄청 무서운 얼굴로…….”


 네가 양 손을 들어 눈매를 끌어올린다. 내가 그런 표정을 지었다는 뜻인가 보다. 어젯밤 꿈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을 지은 모양이었다.


 “무슨 일 있었지? 그치?”

 “아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가 얼굴을 확 들이민다. 놀라서 고개를 살짝 뒤로 뺐지만 네 얼굴이 참 가깝다. 어제 꿈 이야기를 해야 할까? 겨우 꿈 때문에 이런 우울한 표정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 바보같이 느껴져서 어딘지 조금 부끄럽다.


 “응? 와카시.”

 “꿈을 꿔서.”

 “무슨 꿈?”


 여전히 너는 내 코앞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반짝거리는 동그란 눈, 앙 다문 입술, 하얀 피부, 가깝게 느껴지는 네 숨결. 진다. 내가 졌다.


 “네가 떠나는 꿈.”


 눈을 깜빡깜빡 거리던 네가 풋 웃더니 제자리에 앉는다.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귓속을 잔뜩 울리는 심장소리를 진정시킬 수 있게 됐으니 뭐 다행인가. 사실대로 말했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그냥 네가 웃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하다.


 “와카시는 바보야.”


 다시 네 얼굴이 가까워져 온다. 그리고 멈출 새도 없이 내 입술에 마주쳐온다. 굉장히 달콤한 입맞춤. 겨우 꿈 때문에 걱정했던 내가 정말로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렇게나 네가 좋은데. 이렇게나 너는 행복하게 웃으면서 내 앞에 있는데.


 “꿈은 반대랬어.”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네 눈이 참, 나를 못 견디게 행복하게 만든다.




(2015.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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