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026 <너의 빨강구두>

「너와의 거리」

오오토리 쵸타로 드림





 벤치 끄트머리에 앉아서 오오토리는 침을 삼켰다. 설렌다. 이제 곧 그녀가 오겠지. 심장이 쿵쿵 뛰어서 귀가 먹먹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게 이렇게 설레는 일이구나. 오오토리는 자꾸만 새어나오는 미소를 막으려고 애썼다. 너무 헤헤 웃는 상태면 이상해보일 것 같았다. 후, 숨을 뱉어내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면서 다시 심호흡을 했다. 이제 곧 그녀가 올 테니까.

 저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가까워진다. 이 학교 사람이라면 모두가 입고 다니는 교복인데 왠지 그녀가 입으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오오토리를 발견했는지 그녀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오토리도 번쩍 손을 들어서 인사했다.


 “오오토리군.”


 그녀가 벤치 반대편 끄트머리에 앉았다. 한사람이 더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오오토리는 그녀를 쳐다보는 대신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에 집중했다. 그녀도 긴장했는지 오오토리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가 어떤 표정일지는 머릿속에 그려졌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방금 전에 왔어.”


 짧고, 어색한 대화. 이럴 때엔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다가가도 좋을까. 손을 내밀어도 좋을까. 오오토리는 다시 가볍게 숨을 뱉어냈다.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긴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아, 예쁘다. 해가 화창한 가을날, 그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웃는 그녀가 세상 누구보다 빛났다.

 오오토리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기척을 느낀 그녀가 오오토리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남자 손은 원래 이렇게 크구나. 그녀가 손을 들어 오오토리의 손에 포개놓았다. 그러자 오오토리가 손을 꼭 잡았다.


 “좋다.”


 오오토리가 탄식하듯 뱉어냈다. 해사하게 웃는 오오토리에게,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따뜻했다. 오오토리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눈짓으로 그녀를 재촉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산책할까?”


 그녀도 따라 일어섰다. 오오토리는 이 점심시간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조금 더 가까워진 이 거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2014.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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