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표용 조각리퀘 - 반지, 화관, 뭉게구름

     시시도 료 드림 (For. 셀레스틴님)



 테니스를 하는 너는 세상에서 제일 반짝거린다. 내 안의 필터링이겠지만 후광이 비친다고 해야 할까. 눈에서 별을 쏟아낼 것처럼 반짝거려서 나도 모르게 자꾸 웃게 되고 마는, 뭐 그런 거. 너무너무 반짝거려서 언젠가 날 두고 하늘로 올라가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손잡을 수 있는 네가 때때로 뭉게구름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게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바로 그런 순간.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퉁, 손가락을 튕기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눈앞에 와 있는 너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까 코트 안에 있지 않았어? 멍하니 되물었더니 더위 먹었냐, 고 퉁명한 한 소리.


 “아니, 진짜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야. 물론 테니스 치는 료가 멋있긴 한데 엄청엄청 멀게 느껴져서 뭉게구름처럼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고.”

 “미쳤냐, 사라지게.”


 피식 웃더니 너는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그리고 예의 그 작은 상자를 꺼내들었다. 이거 왠지 이 뒤가 예상되는데. 네 볼이 붉다.


 “그, 뭐냐, 이제, 거, 우리 소꿉친구 사이 아니고 그, 사귀는 사이니까.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얼떨떨하니 쳐다보고만 있자 손에 꼭 쥐어준다. 반사적인 행동으로 상자를 연다. 네가 고른 것답게 심플하고 예쁜 반지다. 조심조심 꺼내들고 끼우려고 했더니 네 손이 급하게 끼어든다.


 “이런 건 끼워줘야 되는 거 아냐?”

 “아, 응…….”


 투박한 네 손이 내 손가락에 반지를 밀어 넣는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서 반짝거리는 반지. 왠지 나야말로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빠져나가려는 네 손을 다시 붙잡는다. 손깍지를 꼭 끼고 쳐다본다.


 “고마워.”


 쑥스러운 듯 다시 또 네가 미소 짓는다. 천천히 발을 옮기는 너에 맞춰 나도 따라 걸음을 옮긴다. 햇살이 따뜻하다.


 “너 그거 기억해? 놀이터에서 우리 소꿉놀이 하던 거.”

 “응, 그게 왜?”


 놀이터에 앉아서 흙장난을 하고 나는 엄마, 너는 아빠 하던 때의 기억. 멀기만 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너에게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왜인지 너의 볼은 아까 전보다도 훨씬 붉다.


 “내가 왜 꽃 따다가 화관 만들어 줬잖아.”


 아, 맞아, 그랬었지. 그 때가 떠오르자 내 얼굴도 덩달아 달아오른다.


 “그 때부터 넌 항상 내 신부였어. 그러니까, 사라질 리가 없다고.”


 언제나 뒤로 향해있던 네 모자가 앞을 향해 돌아왔다. 얼굴을 다 가리기라도 할 것처럼 모자 끝을 푹 잡아당기는 너. 잡은 손으로 알 수 있는 내 심장박동과 네 심장박동. 그렇구나. 역시 괜한 걱정이었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어 보인다. 나에게는 네가 내 세상이니까.





(2014.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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