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표용 조각리퀘 - 입술, 눈웃음, 횡설수설

     토쿠가와 카즈야 드림 (For. 라님님)




 그는 말이 별로 없다. 자신과 함께 있을 때에도 그는 겨우 대답만 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래, 라던가 음, 혹은 알겠다. 도대체 이런 짧은 단어들로 어떻게 대화가 전부 진행되는 것일까. 처음엔 답답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물론 긴 대화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 예를 들자면 지금.


 “그래서 말임다…….”


 재잘재잘. 그와는 비교 되게 말이 많은 이 녀석. 그래도 대화를 하다보면 재미있다. 문득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았다. 그가 서 있었다. 라켓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어라, 지금 화난 건가. 움츠러들려다가 원인을 깨달았다. 웃음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저벅저벅, 그가 다가왔다.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움직임에 맞춰 들썩거렸다. 다가오는 그가 압도적인 모양인지, 테이블의 반대쪽을 차지하고 있던 녀석이 쏜살같이 달아났다. 달그락. 어느새 눈앞에 서 있는 그가 라켓을 내려놓았다.


 “토쿠가와상, 혹시 질투해요?”

 “무슨…….”


 얼굴이 붉어졌다. 솔직한 사람이다. 나도 모르게 킥킥 웃음이 났다.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질투를 한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다만 네가 다른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어서 신경 쓰였을 뿐이다. 아니, 그게 신경에 거슬렸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이렇게 길게 말하는 그는 처음 봤다. 물론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놀라서 쳐다보고 있자니 본인도 당황했는지 자꾸 말을 더 늘어놓았다. 어쩌고저쩌고. 결국 질투를 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꺼내놓는 뒷말은 자신의 논리를 자꾸 깨부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있잖아요, 토쿠가와상 이렇게 말 많이 하는 거 처음 봤어요.”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입을 딱 다물고 있는 게 스스로도 놀란 모양이었다. 마냥 웃고 있었더니 그의 미간이 더 좁혀졌다.


 “그것도.”

 “네?”

 “다른 남자에게, 그렇게 눈웃음치지 말았으면 하는데.”


 질투하는 그가 너무 좋아서, 귀여워서 굴러다니면서 웃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하면 분명 삐치겠지. 굴러다니는 건 집에 간 뒤로 미뤄두고 그의 쪽으로 바싹 붙어 앉았다.


 “아까는 이렇게까지 안 웃었어요.”


 쳐다보는 눈이 강렬했다. 피하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계속 마주보고 있었더니 그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얼굴이 가까워졌다.

 어라, 싶은 찰나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눈만 깜빡거리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방금, 내 입술에 키스한 거야? 뒤늦게 상황파악이 되어서인지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더워.


 “그렇다면 다행이고.”


 다시 라켓을 들고 그가 일어났다. 긴 다리로 휘적휘적 코트를 향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심장뛰는 소리로 귀가 먹먹했다.





(2014. 0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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