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향

     시시도 료 드림




 민트향이었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키가 작은 풀숲에서는 민트향이 났다. 그냥 평범하게 물에 젖은 풀 냄새일 뿐이었지만 왠지 민트향처럼 느껴졌다. 민트를 좋아해서 그런 걸까? 아니, 딱히 그런 게 이유는 아니더라도 지금 맡은 풀냄새는 정말 민트에 가까웠다. 무언가 향긋하면서도 코를 맑게 하는 그런 냄새였다.

 공원을 뛰는 동안 풀숲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했고, 그만큼 민트향도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따라했다. 누군가가 생각나려고 했다. 짧은 머리긴 했지만 홱 고개를 돌릴 때 살짝 흩날리면서 보이는 볼에 왠지 시선이 늘 닿았다. 씨익, 즐겁게 웃는 그녀는 왠지 모르게 민트향을 닮아 있었다.


 "야호, 료."

 "정말 왔어?"

 "그럼 가짜로 오냐?"


 세트로 된 가벼운 민트색 트레이닝복 차림이 꽤나 잘 어울려서 시시도는 잠시 감탄했다. 가뜩이나 마른 몸매가 트레이닝복 때문에 더 말라보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잘 먹어도 될텐데, 라고 생각하자마자 그녀가 이미 충분히 잘 먹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시시도는 말 없이 발을 떼었다. 그리고 그녀도 함께 발을 떼었다.


 "따라올 수 있겠냐?"

 "물론이지. 그 정도도 못 할 것 같아?"


 씩씩하게 웃어보이는 모습에 시시도는 피식 웃었다. 타박타박 소리만 공원을 울렸다. 강한 민트향이 코를 찔렀다. 아, 역시. 시시도는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미소지었다.

 뭐, 민트는 좋아하니까 말이야.




(2012.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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