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

     후지 슈스케 드림


 무겁게 들어올려진 손이 간신히 그의 옷깃을 붙들었다. 작고 작은 손의 묵직함이 그에게도 전해졌다. 간신히 자켓을 붙잡기까지 그 복잡하게 꼬인 뇌에서, 쿵쾅대는 심장에서, 제멋대로인 신경계통에서 얼마나 많은 혼란이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그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는 그 묵직하지만 아주 힘없는 부름에 응해주었다. 그저 그 자리에 멈춰선 것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충분했다.


 “가지마…….”


 입 안에서 다시 씹어삼킬 생각인지 말들은 제대로 그녀의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냥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의중을 어느정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고의 소유자인 후지 슈스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물쭈물하느라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그녀는 감정이 얼굴뿐 아니라 온 몸에 드러나는 성격이었다.


 “응? 뭐라고 했어? 잘 안 들렸거든.”


 웃는 낯인 그가 돌아보았다. 반면에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세상 모두가 알아듣지 못했다 해도 그만큼은 알아들었을 거라는 걸 그녀는 확신했다. 하지만 굳이 다시 묻는 그의 성격도 알고 있기에 그녀는 다시금 입에서 말들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 용기가 없어서는 딱히 아니었다. 똑같은 말이라도 그냥 칭얼거리듯 뱉어낸 적은 훨씬 많고 그녀는 보통 칭얼거리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오래 함께 있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우……”


 아무 말 없이 그는 웃고 있었고, 그녀는 울먹거렸다. 부끄러워서 말이 도통 나오지를 않았다. 집에 혼자 있으니 자고 가라는 소리가 뭐가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전에도 곧잘 혼자 있으면 무섭다면서 그를 부르지 않았던가. 그 때와 별로 다를 것 없이 똑같이 그를 부르는 것이다. 상황도 똑같았다. 변한 게 있다면 그와 그녀의 사이랄까.


 “집에 혼자 있으니까 자고 가…….”


 조금 더듬거리긴 했지만 그녀는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중간에 흘리듯 목소리가 작아진 것도 같지만 일단은 다 말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제멋대로인 그녀를 컨트롤할 수 있는 그는 역시 굉장하다고 그녀 스스로도 생각했다.

 아까 전보다 조금 더 환하게 그가 웃었다. 응, 하고 짧게 대답하면서 그는 툭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싫지 않아 그녀는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역시 직접 듣는 게 좋잖아. 그렇지?”

 “우, 그치만 부끄러운 걸…….”

 “음, 뭘 생각했길래 부끄러운 걸까나?”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장난스럽게 그는 쿡, 하고 웃었다. 물론 뒤에 농담이라고 덧붙여주는 것도 그는 잊지 않았다. 그리고 후지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밤바람은 차니까. 들어가자.”

 “응. 헤헤.”




(201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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