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표용 조각리퀘 - 플라네타륨, 물고기, 마주하다

     치토세 센리 드림 (For. 메이님)




 오늘도 나는 여기서 그를 기다린다.

 한적한 공원의 벤치. 커다란 나무 밑이라 그림자가 짙고 풀내음도 강한 한 자리. 이 자리에서 난 그를 처음 만났다. 길고양이와 장난을 치고 있던 그. 그는 매우 컸고 고양이는 매우 작았다. 그게 내 첫인상이었다.

 벤치에 혼자 앉았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 파란 나뭇잎을 쳐다본다. 그의 얼굴이 금방 그려진다. 손을 뻗어도 닿질 않는다. 그와 나는 플라네타륨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물고기고 그는 관람객. 나는 하염없이 여기에 머물러있고 그는 항상 스쳐지나간다. 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그 사실을 까먹어버리는 머리 나쁜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그가 스쳐 지나가는 것도 잊고 다시 그를 마주하면 행복하다.


 “뭐하노, 메이쨩.”


 진짜가 되어 나타난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마주본다. 말없이 마주보고만 있자 그가 미소 지었다. 커다란 손이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팔을 다시 내뻗었다. 이번엔 닿는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그 날의 그 고양이가 된 것만 같다.


 “미안하데이, 기다리게 해가.”

 “센리.”


 너는 알까, 내가 어떤 기분인지.


 “스쳐지나가는 거야?”

 “아이다.”


 바라봐주는 눈이 너무도 따뜻해서, 그의 눈에서 애정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가 좋다.


 “여기로 돌아오는 기다.”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몸을 돌려서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돌아오는 거, 라니. 바보 같아.


 “내 좋은 남자친구는 몬 되는구마.”


 훌쩍이다가 손가락을 들어 세게 그의 옆구리를 꼬집는다. 아프데이, 뒤로 이어지는 웃음소리에 괜히 심술이 난다. 꼬물꼬물거리다가 품을 빠져나와서 다시 그를 마주보았다. 얼굴 미워 보이겠다.


 “내는 항상 돌아올 기다.”


 입술이 닿는다. 그래, 센리는 거짓말을 한 적은 없으니까. 그를 좋아하기 시작한 내가 나쁘다. 





(2014. 07. 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