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표용 조각리퀘 - 리본, 백색소음, 배시시

     오시타리 유시 드림 (For. 사쿠라님)




 똑딱똑딱. 눈치 채지도 못 하고 있어야 할 시계 소리가 귓가에 거슬린다. 언제나 돌아가던 냉장고 모터 소리, 밖에서 부는 바람에 창문이 가볍게 흔들리는 소리도 들린다. 백색소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귀를 괴롭히는 소리들에 짜증이 났다.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았다.


 딩동.


 평소 같았으면 이 밤중에 어떤 놈이야 하면서 파르르 몸을 떨었겠지만 지금은 이 소리조차 반가웠다. 한순간에 모든 소리를 백색소음으로 돌려놓았다. 초인종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문가로 다가갔다. 인터폰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벌컥 문을 열었다.


 “유시!”

 “낫쨩, 그래 갑자기 열면 우야노.”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두 눈을 보고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배시시 웃으면서 손을 끌어당겼다. 안 그래도 갑작스러운 적막감에 텐션이 낮아지던 참이었다. 텔레파시라도 통한 걸까. 어쩜 이렇게 사람 맘을 읽은 듯이 나타나 주는 걸까.


 “나 보고 싶어서 왔어?”

 “낫쨩이 그른기 아이고?”


 볼을 잔뜩 부풀렸더니 피식 웃었다.


 “보고싶어가.”


 능글탱이 같으니라고. 뭐라고 한 소리 하기 전에 막을 생각이었는지, 미처 눈을 감기도 전에 입술이 맞닿았다. 금세 떨어져버린 탓에 아쉬움이 남았다. 

입술에 머물렀던 시선을 아래로 천천히 내렸다. 안 그래도 더운 날인데 굳이 겉옷을 껴입고 온 이유가 뭘까. 게다가 목까지 또 잔뜩 올리고 있는 지퍼를 보니 답답했다. 결국 자연스럽게 손이 먼저 나갔다. 익숙해져서일까 놀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퍼를 내리다 말고 그대로 손이 멈췄다.


 “유시?”


 왜 목에 리본 같은 걸 감고 있는 거야. 그것도 참 예쁘게도 매놨네.


 “내를 낫쨩한테 선물할라꼬.”


 부드럽게 올라가는 입매가 정말이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에로틱해서 참을 수가 없다. 결국 품을 파고든다. 이제는 익숙한 향수 냄새가 기분 좋다. 뭐랄까, 이 향수는…… 그래. 꼭 내 남자친구의 머리색을 닮았다.





(2014.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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