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21 <너의 빨강구두>
「축하해」
오오토리 쵸타로 드림
* 짝사랑 주의
축하해.
웃으면서 말했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아. 너를 많이 좋아했는데, 그렇게나 많이 좋아했는데. 하지만 너에게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속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가슴에 새겼던 그 소중한 말을 입 밖으로 밀어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
“쵸타로.”
그 누구보다 새하얗게 웃는 너를 보고 나는 너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밝게 웃는다. 우리는 참 오랜 시간을 알았다. 어릴 적부터 함께 웃으며 자란 우리는 많은 것들을 공유했다. 흙장난을 하고, 동네를 뛰어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테니스를 하는 나, 응원하는 너. 그렇게 많은 것을 함께 하는 게 우리한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너도 그랬다. 조금 달랐던 건, 내가 너를 생각했던 마음과 네가 나를 생각했던 마음.
“어때? 나 예쁘지?”
“세상에서 제일 예뻐.”
“헤헤, 쵸타로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믿을 만하지.”
너는 언제나 예뻤다. 다만 오늘, 오늘의 너는 정말로 새하얗게, 행복하게 빛나서 누구보다도 아름답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날 정도야. 웨딩드레스 차림의 너를 보고 싶었던 건 맞지만 이렇게는 아니었다. 나는 너를 내 신부로 맞이하고 싶었는데, 너는 다른 누군가의 신부가 되어 나를 쳐다본다. 단 한 번도 너에게 말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이런 너를 보자니 더욱 그런 마음이 생긴다.
“축하해, 정말.”
“고마워. 쵸타로도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해야지?”
“그랬으면 좋겠네.”
너의 그 말이 내 심장을 찌른다. 눈물이 날 것만 같지만 애써 참는다. 네가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에 내 눈물로 너의 기분을 망칠 생각은 없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너의 옆에 서 있어야 하니까.
“있잖아, 쵸타로.”
“응?”
새하얀 장갑을 낀 네 손이 내 손을 붙잡는다.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티낼 수도 없다. 네 얼굴을 쳐다보기가 힘들다. 몇 번 내 손을 도닥이던 네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고개를 들어 너를 쳐다본다.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은 언제나처럼 상냥하고 부드러워서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따뜻하게 말하는 너. 너를 보는 게 너무나도 행복해서 이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쵸타로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 무슨 말하는지 알지?”
그래, 알아. 대답하고 싶지 않다. 너는 평생 몰랐으면 좋겠다. 내 마음은 이대로 모른 채 지나가줬으면 좋겠는데 너는 이미 아는 것 같아. 조금 속상하다. 나는 숨길만큼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
“응, 그럴게.”
“고마워, 쵸타로.”
“축하해. 진심이야.”
정말로 내 마음을 다해 너의 축복을 빌어. 많이 좋아했어. 너를.
(2015.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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