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13 <당신의 수호천사> 

「팔베개」

시라이시 쿠라노스케 드림




 “시라이시.”


 어쩌다보니 한 집에 살게 되긴 했지만 한 번도 그녀는 시라이시의 방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당연히 시라이시도 그녀의 방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게다가 자정도 넘은 한밤중에,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났으니 시라이시가 놀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덜컥, 문을 여니 헐렁한 티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은 그녀가 서 있었다.


 “잠이 안 와.”


 그녀가 칭얼대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처음이었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졸음이 가득한 눈,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들어온나.”


 갑작스레 도쿄로 올라온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 건 시라이시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치이며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마침 같이 살던 룸메이트 선배도 나가고 없어 새로운 룸메이트가 필요한 참이었다. 방도 따로 있었고, 워낙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 부모님들도 별다른 걱정 없이 두 사람의 동거를 허락했다.

 시라이시는 일단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자리 잡았다. 금방이라도 잘 것 같은 표정인데 왜 잠이 안 온다고 하는 걸까.


 “잠이 안 와서…….”

 “무서븐 꿈 꾼기가?”


 대답 대신 어깨를 움츠리는 그녀를 보며 시라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그녀는 어릴 적부터 악몽 한 번에 사나흘 밤잠을 설치는 편이었다. 어쩐지 어제 새벽부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라니.

 시라이시는 문득 초등학교 때의 일을 떠올렸다. 부모님끼리 여행을 간 동안 그녀는 시라이시네 집에 맡겨졌었다. 그 전날도 악몽을 꿨는지 그녀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잠을 못 이긴 시라이시가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팔에 매달려 흔들어 깨울 정도였다. 그 때 어떻게 재웠더라…….


 “저기…… 그…… 팔베개…… 해주면 안 돼?”


 아, 그렇구나. 그 때 잠결에 그대로 끌어안고 팔베개를 해서 재웠던 거였어.


 “괘안켔나.”

 “시라이시가 옆에 있으면 왠지 진정될 것 같아서…….”


 우물거리면서 말했지만 알아듣기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시라이시는 피식 웃고 말았다. 괘안켔나, 라고 물을 건 네가 아니라 나인데 말이야.


 “알긋다.”


 시라이시는 재빠르게 불을 끄고 침대로 올라갔다. 몸을 눕히자 그녀가 바로 따라 누웠다. 제대로  팔베개를 할 수 있도록 시라이시가 그녀의 고개를 살짝 받쳤다. 체구가 작은 그녀는 시라이시의 품속에 쏙 들어왔다. 다른 한 손으로 시라이시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초등학교 때 그랬던 것과 똑같이.


 “미안해, 시라이시.”

 “응?”

 “그치만, 어, 나도 좋아하니까. 봐 줘.”


 깜빡거리던 눈이 폭 감겼다. 덕분에 시라이시만 까만 방 안에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이 갑작스러운 고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꾸만 입 밖으로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꾹꾹 참으며 시라이시는 계속해서 그녀의 어깨를 도닥였다.




(2015. 09. 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