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05 <샹그릴라>
「내가 널 볼 수 있을까」
후지 슈스케 드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그녀는 참 작다. 키도, 덩치도 그다지 크지 않은 내 품에 쏙 들어와 안길 만큼 체격이 작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 손을 붙잡는 손도, 구두 속에 예쁘게 자리한 발도, 오물오물 애교 가득한 말을 내미는 입도.
“슈쨩!”
멋대로 붙여버린 이 애칭마저도 왠지 내겐 작단 느낌으로 다가온다. 모모라던가, 에이지가 매번 ‘슈쨩…?!’이라며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건 조금 신경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뭐, 그녀가 ‘슈쨩’하고 부를 때의 목소리가 귀여우니까 그 ‘조금’은 무시할 수 있다.
“넘어질라, 조심해.”
“괜찮아!”
날씨가 풀린 뒤로는 간만의 피크닉이라면서 자주 신지도 않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은 게 걱정이 된다. 어릴 적부터 워낙 덜렁거리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으로 연신 그녀를 쫓게 된다. 신이 나서 연신 빙글빙글 도는 것도 참 사랑스럽기는 한데.
“위험해, 류.”
“웅, 안 그럴게.”
정말로 화내기 전에 알아차리고 딱 멈추는 것도 신기하다. 좀 더하면 화내겠다, 그런 생각으로 멈춘 건 아니었을 테고 그냥 감이겠지. 멈춰야할 때를 잘 안다고 해야 하나?
“그치만 빨리 가고 싶은 걸.”
대답 대신 웃으면서 발을 좀 더 빨리 했다. 배시시 웃으면서 그녀가 손을 뻗었다. 그 작은 손을 꼭 쥐고 발을 맞춘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냥 평범한 공원. 간만에 솜씨 좀 발휘했다면서 유미코 누나가 도시락 싸줬는데. 거기까지만 말했지만 그녀는 곧장 그럼 피크닉! 이라 외쳤다. 저 앞으로 공원 입구가 보였다. 마음이 달아서인지 그녀가 또 그 작은 발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찰랑이는 머릿결이 아름답다.
아. 이렇게 계속 시야에 뒀으면 좋겠는 걸. 이만큼 작은 김에 인형처럼 작게 만들어서 내 손 위에 올려놓고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나만의 천사였으면 좋겠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게 엉뚱하지만 귀여운 그녀가 누군가의 시선을 끄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시선을 걷어내고 싶은 게 남자친구의 마음이니까.
“슈쨩!”
“응?”
말없이 웃는 나를 그녀가 빤히 올려다본다. 눈만 몇 번 깜빡이고는 아주 환하게, 천사처럼 웃는다.
“헤헤, 좋아해.”
볼이 붉게 물드는 너를 내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결국 애꿎은 바닥으로 시선을 한 번 돌려서 숨을 뱉어낸 다음에 고개를 들었다. 마음 한 가득 퍼져나가던 독점욕이 사그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런 척 표정은 바꿔야하니까.
“음… 슈쨩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니 다시 그녀가 입을 오물거린다. 기대하는 눈빛도 사랑스러워. 이런 그녀를 어떻게 보지 않을 수 있겠어.
“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데.”
함박웃음이 돌아온다.
“나도 사랑해!”
얼굴이 전체적으로 붉은 그녀도 귀엽다. 역시, 나만 보고 있고 싶네.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눌러두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품 안에 가둬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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