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206 <당신의 수호천사> 

「빠져들다」

키쿠마루 에이지 드림




 츠바사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아니,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구경을 갔던 적이 있을 테니 완전히 처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츠바사는 테니스 코트에서 거의 날아다니는 자신의 남자친구, 키쿠마루 에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실 키쿠마루와 만나기 전까지는 테니스에 딱히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다른 많은 여자애들이 그렇듯 특별히 잘하거나 관심 있게 보는 스포츠가 없었다. 게다가 워낙 운동을 못하다 보니 사귄 이후에도 함께 테니스를 치는 건 상상도 한 적이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모든 종류의 공이 날아오는 걸 무서워하니까.

현재 츠바사는 길거리 테니스장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간만에 모이는 세이가쿠 테니스부 레귤러들의 모임에 초대받은 덕분이었다. 가끔씩 연락하던 클래스메이트 모모시로에게 ‘저번 모임에 에이지선배가 엄청 자랑하는 바람에 후지선배가 궁금하다면서 데리고 오래’라며 메일이 왔다. 물론, 키쿠마루에겐 비밀로 하라는 말도 덧붙어 있었다.

 츠바사가 테니스장에 도착한 것은 키쿠마루와 오오이시, 이누이와 카이도가 시합을 시작한 이후였다. 모모시로와 짧게 손 인사를 하고 나자 후지가 츠바사를 벤치에 앉혔다. 키쿠마루의 시야에 츠바사가 들어오지 않도록 선정한 애매한 위치였다. 조금 멀었지만 시합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과거에 이런 시합을 했었다며 늘어놓는 무용담을 들은 적은 많았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달랐다. 와. 그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굉장하다, 멋있다, 엄청나다, 등등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감탄사가 순간순간 떠올랐다. 키쿠마루가 두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는 열심히 눈을 비빈 탓에 눈이 충혈 되기도 했다.


 “예에!”

 “오오이시, 키쿠마루 승.”


 테즈카의 짧은 말로 시합이 끝났다. 츠바사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는 키쿠마루가 오오이시를 끌어안고 즐거운 목소리로 승리를 만끽하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훗, 미소 지은 후지가 츠바사를 안내했다. 코트에 좀 더 가까워지자 키쿠마루가 돌아보았다.


 “츠바사!”


 남자친구의 얼굴이 더 환한 미소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츠바사도 밝게 웃었다.


 “완전 최고. 내 남친 엄청 멋있네.”

 “시합 봤냥?”


 고개를 끄덕이자 키쿠마루는 상기된 볼을 살짝 긁었다.


 “완전히 빠져들어서 옆에서 말하는 것도 못 듣던데.”

 “아, 죄송해요. 말 거셨었어요?”


 정말로 후지의 말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나 그 정도로 집중했었나? 당황한 츠바사의 표정에 후지가 풋 웃었다.


 “여자친구가 우리 후배라길래 어떤 사람인가 싶어서 몰래 불러봤는데, 두 사람한테 다 서프라이즈가 된 모양인데.”

 “이겨서 다행인 걸.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 에이지.”


 후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던 오오이시가 웃으며 덧붙였다. 키쿠마루가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도 하지 않았지만 츠바사 역시 볼이 붉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땀범벅인 이누이는 안경을 빛내며 키쿠마루와 츠바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흠, 흥미롭군. 이건 새로운 데이터가 되겠어.”

 “하지 말라냥!”


 이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키쿠마루를 보며 웃던 츠바사가 수건을 내밀었다. 땀으로 끈적거리는 손이 수건을 받아 들었다. 키쿠마루는 얼른 얼굴을 수건에 파묻었다. 푸. 수건에서 빠져나오며 한 번에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츠바사는 얼른 고개를 들었다. 키쿠마루의 붉은 볼에 입술이 잠깐 닿았다가 떨어졌다.


 “오~”

 “생각보다 대담하네, 콘마 상.”


 부끄러운 듯 씨익 웃던 키쿠마루가 아쉬운 듯 덧붙였다.


 “난 입술에 받는 게 더 좋은데.”


 츠바사의 얼굴도 붉었다. 주변의 휘파람 소리가 츠바사를 더 부끄럽게 했다. 아냐, 볼에 하려던 게 아니라 입술에 하려던 거였어. 그냥, 조금, 너무 떨려서 방향 조절에 실패한 것뿐이야. 붉은 얼굴을 가리려 고개를 푹 숙이자 키쿠마루가 그 위로 수건을 덮었다.


 “앗, 안 된다냥, 너무 귀여우니까 나만 볼 거야!”


 테니스장이 온갖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2016. 0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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