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17 <샹그릴라>
「이유」
니오 마사하루 드림
“진심이세요?”
아, 바로 이 표정 때문에 넘어간 거라고도 할 수 있단 말이지, 아가씨. 눈을 커다랗게 뜨고 깜빡거리며 쳐다보는 어리둥절한 얼굴. 날 상대로 이렇게 순수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많지 않다니까. 놀리는 재미도 있지만, 그 뒤에 장난이라는 걸 알고 안심하는 그 표정이 압권이지. 하지만 지금은 무슨 표정을 할까. 기대감에 가슴이 뛴다.
“사기 치는 거라고 생각해?”
“아뇨, 조금, 어, 놀라서요.”
“푸릿.”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손등으로 볼을 톡톡 두드리는 걸 보니 열도 나는 모양이군. 그래, 내가 알아차린 것처럼 그녀는 보기보다 둔하다. 이렇게 티가 나게 말을 걸고, 웃고, 스킨십을 하는데 못 알아차리는 아가씨가 정말 둔한 거지.
“저, 제가 좋아하는 건 아실 거라 생각해요.”
“아아, 물론.”
“그게, 저, 반대로는…….”
대답 대신 웃으면서 뚫어져라 쳐다보면 눈동자가 팽글팽글 도는 게 귀엽다. 시선을 맞췄다가도 금세 피하고, 몇 초 후엔 다시 맞추기를 반복. 그러면서 점점 얼굴 전체가 붉게 물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게 요즘의 낙이다.
“왜, 내가 아가씨를 좋아한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다가 이내 입술을 깨문다.
“저기, 니오상한테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뭘까나.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겠다는 보장은 없지만 물어 봐.”
“저, 저, 저를…… 조……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어라, 아가씨 입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는걸. 고백을 듣자마자 팽글팽글 돌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걸 되물어볼 줄이야. 이 아가씨, 스스로한테 자신감이 없는 거야, 날 못 믿는 거야? 웃어야 할지 의문이 들어 쳐다보고만 있었더니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바뀐다.
“아, 그게 그냥 구, 궁금해서요, 저기, 니오상 옆엔 예쁜 여자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러니까……!”
“없어.”
웃음기를 싹 뺀 대답에 빙글빙글 돌던 그녀의 눈동자도 멈췄다. 젠장, 날 못 믿는 거였군. 장난 좀 적당히 칠 걸 그랬나?
“어…… 그럼 어, 역시 방금 말씀하신 건…….”
“아가씨 바보야?”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표정마저도 사랑스럽다. 의도한 상황은 아니지만 저 표정을 바꿔놨을 때 내가 느낄 희열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즐겁다. 아, 울지도 모르지만. 내 말을 엉뚱하게 이해한 건 아가씨 잘못이라고.
“그런 거 기억도 안 나고, 필요도 없어. 어쨌든 난 아가씨를 좋아하니까. 거기에 집중해, 아가씨.”
역시, 울렸다. 정말 수도꼭지를 튼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게끔 금방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웃고 있으니 된 거 아닌가. 울린 건 사과해야 되려나?
“죄송해요. 그냥, 너무 놀라서, 다시 듣고 싶었어요.”
“당했는걸.”
제길, 귀여워. 어쩔 수 없이, 아가씨한테는 내가 져 드려야지.
(2015.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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