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0 <당신의 수호천사>
「두 사람의 밤」
키쿠마루 에이지 드림
“별 엄청 많다.”
이렇게 별이 많은 하늘을 본 게 얼마만인지 가물가물했다. 도쿄의 밤하늘은 별빛보단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편이었다. 얼마 전에 함께 봤던 로맨스 영화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 커플이 들판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감상하던 장면. 물론 두 사람은 들판이 아니라 펜션 앞마당의 벤치 옆에 돗자리를 깔고 눕긴 했지만,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엔 충분했다.
“그치? 잘 찾아온 것 같다냥.”
“이런 델 어떻게 찾았어?”
“엣헴, 다 방법이 있지.”
타이밍이 좋았다. 가까운 데라도 놀러가자고 계획을 잡던 중에 마침 그 영화를 보았고, 괜찮아 보이는 펜션 후보 세 군데 중 한 곳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빛나는 걸 볼 수 있다며 선전 중이었다. 키쿠마루는 쾌재를 부르며 그 즉시 예약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곧장 츠바사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짜로 별이 쏟아질 것 같아.”
“손 뻗으면 이렇게 잡힐 것 같다냥.”
정말 잡기라도 하려는 듯 키쿠마루가 번쩍 손을 들었다. 커다란 손이 별들 사이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손은 천천히 밤하늘을 쓸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반짝, 반짝. 제 손이 움직일 때마다 별들이 이쪽으로 밀려났다가 저쪽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밤하늘에 손을 담그고 몇 번이나 움직였을까. 부드러운 감촉이 손등을 덮었다. 저보다 작은 손이 위로 겹쳐보였고, 별들은 더욱 반짝였다.
“따뜻하다.”
츠바사가 말한 대로였다. 바람은 밤공기를 싣고 다녀 차가웠지만 맞붙은 손은 따뜻했다. 키쿠마루는 고개를 슬쩍 왼쪽으로 돌렸다. 손끝에서 팔꿈치 정도의 공간, 그리고 츠바사의 옆얼굴. 시선이 닿아서일까, 금방 눈이 마주쳤다. 펜션 앞에 설치된 작은 등 때문에 그림자가 생겨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키쿠마루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뻗고 있는 손을 슬쩍 움직였다. 그리고 츠바사의 손에 깍지를 꼈다. 천천히 그 손을 밤하늘 속에서 꺼내오며, 반대쪽 팔로 바닥을 밀었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 남아있는 공간은 주먹 하나 정도였다. 그림자 속에 가려진 얼굴이 붉어 보였다.
“츠바사.”
“응?”
“좋아해.”
츠바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키쿠마루는 입술을 맞대었다. 별빛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두 사람만의 밤. 모든 게 완벽했다. 참을 수가 없이, 그녀가 좋았다.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 마주한 얼빠진 표정마저도.
“히히. 진짜로 좋아해, 츠바사.”
“나도, 많이 좋아해. 에이지.”
그래도 역시 환하게 웃어주는 얼굴엔 비할 바 없지만. 깍지 낀 손을 사이에 놓고, 두 사람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진짜 좋다냥.”
“응. 엄청.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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