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05 <DOLCE>
「우리가 달라진 이유」
토야마 킨타로 드림
“내는 잘 모르겠데이.”
토야마 킨타로의 어깨가 쳐지다니 별 일이 다 있구나.
그녀는 와, 하고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정말 진지하게 풀이 죽은 표정을 마주하는 바람에 잠시 얼어붙고 말았다. 토야마가 언제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한 적이 있었던가? 가끔 부탁―거의 막무가내로 부리는 떼지만―을 거절할 때나 보이던,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만 봐온 탓에 쉽사리 반응할 수가 없었다.
“내는 우리 윽수 마이 친하다꼬 생각한데이.”
단어를 고쳐줘 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차라리 평소처럼 입술을 부루퉁하니 내밀고 있으면 마음이 편할 텐데, 꾹 깨문 입술에 괜히 같이 긴장이 됐다.
“와 이카는지 몰겠데이. 니만 보믄 막 도망가고 싶다 안 카나.”
그녀는 결국 입을 딱 벌린 채로 멈춰버렸다. 본인 입으로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봤지만 여전히 토야마 킨타로는 참 튀는 사람이었다. 예상 밖의 행동으로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던 게 벌써 몇 년인데, 고대하던 순간까지도 이렇다니.
“심장이 막 벌렁, 벌렁 해가 메일도 몬 쓴데이.”
“킨쨩.”
“니도 글나?”
“내는 옛날부터 그캤다.”
“니는 그캐도 메일 보냈나?”
“몬 할 것도 없제. 한 시간 쓰믄 된다.”
어리둥절해진 토야마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제 몸으로 물음표를 만들어서 보여주기라도 할 것 마냥 삐딱한 자세에 풋 웃음이 났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토야마는 변한 게 참 없었다.
그래, 이럴 줄은 알았지만 결국 내가 말해야 되겠구나.
남들처럼 멋진 고백을 받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토야마 킨타로를 잘 알았다. 제 감정이 어떤지조차 자신에게 상담하러 와야 하는 이 귀엽고 순수한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와 그러는 긴데?”
“좋아서 그런 기다.”
“내는 원래 니 좋아했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자주 들었던 ‘좋아한다’는 말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문디야, 그게 아이고…….”
몇 번이나 연습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초롱초롱한 눈이 뒷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했다.
“그냥 좋은 기 아이고 사, 사랑하는 기래이.”
눈만 깜빡이던 토야마의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꽤 나쁘지 않단 생각에 조금 긴장이 풀어졌다. 그녀는 덥썩 토야마의 양손을 붙잡았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듯, 토야마의 어깨가 한껏 위로 솟았다.
“니도 내 보믄 심장 벌렁벌렁 하제? 안고 싶고, 뽀뽀도 하고 싶고 그제?”
“니, 니, 니, 우예 알았노…….”
“내도 그카니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새빨간 토야마의 얼굴보다도 제 얼굴이 더 빨갈 것 같았다. 심장이 너무 뛰는 바람에 귀가 먹먹했다. 그녀는 손을 놓고 토야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예전과 다른 건, 그녀가 품에 쏙 들어갈 만큼 토야마의 키가 커졌다는 것뿐이었다.
“킨쨩. 니 내 사랑하는 거래이.”
도대체 본인 입으로 어떻게 이런 소리를 할 용기가 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꼭 끌어안은 토야마에게서도 똑같이 빠른 심장박동이 느껴진다는 점에 확신이 들었다.
“사랑……. 사랑…….”
단어 자체를 흡수하려는 듯 몇 번이고 되새기는 토야마의 품 안에서, 그녀는 색색 숨만 쉬었다. 한참을 중얼거린 토야마가 갑자기 그녀를 품에서 떨어뜨려 놓았다. 그리고는 얼떨떨한 표정의 그녀를 향해 더없이 환하게 웃어보였다.
“맞데이! 내 니 사랑한데이!”
소꿉친구였던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2016.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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