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07 <당신의 수호천사>

「잊고 있었던」

테즈카 쿠니미츠 드림




 그래, 어딘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테즈카의 표정을 가리키며 딱딱하다고 했지만 그녀는 그 뒤에 숨겨진 부드러운 얼굴을 알았다. 미소 지을 때면 웬만한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살짝 입매가 올라갔고, 아주 살짝 눈이 휘곤 했다. 네모나게 반듯반듯한 말투로 포장한 상냥함을 알았고, 내미는 손끝에서 익숙함을 읽었다. 처음에 느꼈던 기시감은 괜한 게 아니었다.

 제 앞에 서 있는 테즈카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부끄러웠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전혀 알아보지 못한 게 미안했다. 동시에 기뻤다. 그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테즈카인 게 기뻤다. 온갖 감정이 뒤섞여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다.


 “왜 우는 거지.”

 “미, 미안, 테즈카군, 울려던 건 아닌데…….”


 장롱 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쌓아놓는 바람에 문을 열자마자 모든 것이 마구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한 번 열린 기억의 문은 잊고 있었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적, 놀이터의 그 소년은 다른 누구도 아닌 테즈카 쿠니미츠였다.


 “미안해, 그동안 못…… 알아봐서…….”

 “괜찮아. 기억해 냈으니까.”


 평소엔 다른 누구보다도 테즈카의 표정을 잘 읽는다고 자부하던 그녀조차도 지금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테즈카가 화를 내지 않는다는 데에 안도했고, 그 안도감에 눈물이 더욱 솟았다.

 너무 보고 싶었어.

 어릴 적 만남 자체를 잊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얼굴이 조금 흐릿했을 뿐이었다. 지금 테즈카에게서 느끼는 익숙함이 그 추억에서 비롯된 거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테즈카의 손이 볼에 닿았다.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손을 타고 전해지는 심장박동에 호흡이 따라갔다. 얼마나 그런 상태로 있었을까. 조금씩 호흡이 안정되자 눈물도 저절로 그쳤다. 그녀는 여태 그랬듯, 누구보다도 예쁘게 웃고 싶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어주고 싶었다.


 “많이 보고 싶었어, 테즈카군.”

 “나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테즈카 역시 웃었다. 다른 사람에겐 어떻게 보일 진 몰라도, 그녀는 확신했다. 테즈카는 지금껏 그 어떤 때보다도 가장 환하게, 가장 밝게 웃고 있었다. 다시 부드럽게 손가락 끝이 그녀의 볼을 스쳤다. 이 작은 스킨십이 ‘모두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내 볼에서 떨어진 손이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맞잡은 손으로 느끼는 서로의 심장박동과 체온이 좋았다. 잊고 있었던 그 옛날의 감각을 모두 되살려주는 마법 같았다. 마주보던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앞을 바라보고 걷기 시작했다. 이 작은 마법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작은 마법을 더 크게 만들어줄 주문이, 두 사람의 가슴 속에서 크고 있었다.





(2016. 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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