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01 <DOLCE>

「놓치기 싫잖아」

후지 슈스케 드림




 “류는 언제나 솔직하네.”

 “음, 거짓말해도 다들 금방 아는 걸? 그러니까 아예 안 해.”


 그야 얼굴에 티가 나니까.

 얼굴뿐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손가락, 혹은 일부러 잔뜩 힘을 주어 꼿꼿하게 세운 허리, 가위자로 겹쳐놓은 발목까지 하나하나 전부 그녀의 심리를 드러냈다. 물론 후지는 그런 신호를 다른 사람보다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편이긴 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평범’한 축에 속하느냐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말 그대로 온몸으로 감정을 발산해내니, 캐치하지 못하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정작 중요할 땐 도망쳤으면서.”


 말이 없어 돌아보자 역시나 그녀는 온몸으로 지금의 기분을 발산하는 중이었다. 고개는 푹 숙인 채 무릎 위에서 애꿎은 손수건만 손가락 끝으로 비벼대는 건 너무 뻔했다. 하지만 그런 게 싫지 않았고, 귀여웠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는지 후지도 알지 못했다. 후지는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후지를 피하려는 듯 잔뜩 내리깐 시선은 손수건에 걸려 있었고, 고양이처럼 예쁘게 올라간 입매는 추욱 처져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거짓말은 안 돼.”


 한 네 번쯤,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선은 올라오지 않았다. 자신의 한 마디에 이렇게나 풀이 죽는 그녀가 어떻게 헤어질 생각을 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헤어지자고 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후지는 어떤 표정도 짓지 못했다. 평소처럼 웃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그냥 놀랐다. 그 애가 ‘후지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감정을 속이고 말할 거라고는 상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 감정이 완전히 바닥을 보인 게 아닌 이상, 절대로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을 거라 무심코 확신했다. 이별 선언에 꽤 놀랐으면서도 받아들인 것은 그 때문이었다.

 후지는 무슨 말을, 혹은 무슨 행동을 해야 그녀가 자신을 돌아볼지 매우 잘 알았다. 하지만 쉽게 넘어갈 생각도 없었다. 솔직하지만 겁이 많은 그녀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알려줘야 했다. 

 그래, 다시는 도망갈 수 없도록.


 “아플 땐 아프다고, 슬플 땐 슬프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돼. 기쁠 때도, 행복할 때도 그렇게 늘 말하잖아, 류는.”


 아까보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후지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제야 눈이 마주쳤다.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오물거리는 게 귀여웠다. 촉촉해진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후지는 그녀가 입을 열 수 있도록 가볍게 물꼬를 터주었다.


 “놓치기 싫잖아?”

 “응! 슈쨩 절대 안 놓칠 거야!”


 볼은 붉고, 눈물은 그렁그렁했다. 그래도 미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웠다. 

 아, 나는 이 애를 정말 좋아하게 됐구나.

 후지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잔뜩 힘을 주어 꼬옥 마주잡아오는 작은 손에 후지는 쿡 웃어버렸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얼마만큼의 감정이 묻어나오는지 여전히 본인은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그건 언제나 후지를 더 즐겁게 했다.


 “응, 나도 평생 안 놓아줄 테니까 각오해.”





(2016.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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