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11 <DOLCE>
「선을 그어 주던가」
오오토리 쵸타로 드림
차라리 당신이 선을 그어 주었더라면.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럼 차라리 나도 마음을 접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오늘 힘들었어? 다독여줄까?”
지금도 그 생각이 드네요. 팔을 활짝 열고 품으로 들어오라는 듯 웃는 당신에게 나는 웃을 수밖에 없어요. 기뻐서 웃음이 나는 건지, 그냥 쓴웃음이 나는 건지 이젠 정말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좋아하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당신의 품에 안겨요. 겉보기엔 내가 당신을 안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엄연히 당신이 나를 안고 있는 거예요.
“안 좋은 일 있었어?”
“아뇨. 그냥 기운이 좀 없어서요.”
손이 내 등을 토닥일 때마다 빨라진 내 심장박동을 당신이 알아차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요. 내 걱정을 모르는 당신은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기도 해요. 나는 얼굴을 작은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려요.
“쵸타로, 무릎 베게 해 줄까? 좀 잘래?”
더는 안 될 것 같아 살짝 힘을 주어 당신을 밀어내요. 표정으로 되물어 오는데 어떻게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선을 그어 주지 않는 당신이 고마운 동시에 원망스러워요.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좋은, 혹은 편한 동생이라고만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이 경계에 걸쳐져 있는 게 사실은 너무 힘들어요.
“저한테 너무 경계심 없는 거 아니에요, 렌?”
“그야 경계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이런 대답이요. 나를 대하는 당신에게서 난 ‘사랑’의 감정을 읽지 못해서 이렇게 망설이는데, 당신은 내가 ‘사랑’이라고 착각할 만큼의 거리를 내어줘요. 당신이 감정을 숨기는 데 능한 걸까요,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당신에게서 내가 희망을 찾아내고 있는 걸까요?
“가끔 엄청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뭐가?”
천연덕스럽게 되묻는 당신을 보면 말이 나오질 않아요. 결국 웃어버리고 고개를 내젓고 말아요.
맞아요. 사실은 내가 아직 용기가 없는 것뿐이에요. 이 어중간한 관계를 확실히 타파할 만큼 확신을 갖지 못해서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고 있어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괴롭긴 해도, 적어도 지금은 그 끝에서 당신이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는 차라리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못해요.
“그럼 무릎 빌려도 될까요?”
“좋아, 오늘은 대 서비스.”
당신이 탁탁 무릎을 치고 웃어요. 그 미소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아파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당신의 무릎에 머리를 뉘어요. 긴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사이를 쓸어내리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요. 눈을 감고 당신의 손에 집중해요.
시간이 이대로 멈춰 버리면 좋을 텐데. 선을 긋지 않는 당신에게 기대고 마는 나 자신이 한심해요. 그리고 선을 긋지 않는 당신에게 고마워요. 나는 그래서 오늘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까.
'조각글 > 드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1115 드림 전력 <깜짝상자> *「이미 늦어버린」 - 유키무라 세이이치 드림 (1) | 2019.11.15 |
---|---|
170926 전력드림 <DOLCE> *「신호」 - 키리하라 아카야 드림 (0) | 2017.09.26 |
170219 전력드림 <당신의 수호천사> * 「방해꾼」 - 유키무라 세이이치 (0) | 2017.02.19 |
161101 전력드림 <DOLCE> *「놓치기 싫잖아」 - 후지 슈스케 (0) | 2017.01.01 |
드림 합작 : 사계절 中 가을 - 야규 히로시 (0) | 2017.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