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15 드림 전력 <깜짝상자>
「이미 늦어버린」
테니스의 왕자 유키무라 세이이치 드림
달그락 소리가 가득하던 실내에 딸랑, 경쾌한 종소리가 울렸다. 가게의 문은 그 외의 다른 소리도 없이 깔끔하고 부드럽게 열렸다. 하지만 들어서려던 사람은 그 자리에 잠깐 멈칫했다. 여자는 가게 안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천장을 쳐다보며 깊게 심호흡을 했다. 또각또각, 바닥에 부딪치는 구두 굽 소리가 어쩐지 시원시원했다.
유키무라 세이이치는 그 모든 움직임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었다. 문이 열리던 순간보다 훨씬 더 먼저, 창 너머로 보이는 저쪽 길에서 걸어 내려오는 모습부터 말이다. 블라우스에 검은 민소매 원피스. 어쩐지 참 그 애답다는 생각이 드는 모습이었다.
“기다렸어?”
“후후, 솔직히 말할까?”
“아니, 됐어.”
그녀가 손사래를 쳤다. 뻔한 대답을 할 걸 알았다. 유키무라가 그녀를 아는 만큼, 그녀도 유키무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차는 내가 알아서 시켰는데 괜찮지?”
정말 퍼펙트한 타이밍이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점원이 찻주전자와 함께 차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향긋하게 퍼지는 향이 긴장했던 마음도 누그러뜨려주었다. 유키무라라면 물론 그 효과까지 알아두고 차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답을 들어도 될까?”
“본론부터야?”
“응. 난 오래 기다렸거든.”
유키무라가 생긋 웃었다.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유키무라에게는 사실이었다. 처음 눈에 들어 왔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는지는 혼자만 알 수 있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어떤 속도로 흐르는지는 개개인의 감각에 편차가 있는 법이다.
“내 대답은 예스야.”
“그 대답을 기다렸어.”
찻잔 위로 뻗어온 유키무라의 손이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꼭 깍지 낀 손이 따뜻했다. 찻잔으로 데워진 온기인지, 원래 그의 체온인지는 아직 모를 일이었다.
“그럼 이게 정식으로 첫 데이트가 되겠네.”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왔는데도 그녀의 심장은 멋대로 질주했다. 볼이 발그레해진 그녀가 꼬물꼬물 제 손을 빼내었다. 이렇게 미친 듯이 뛰는 심장박동을 전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바꾼 그녀가 도도하게 말했다.
“차 마시고 뭐 할 건데?”
“음, 첫 데이트인 만큼 근사한 저녁부터?”
“내 맘에 안 들면 도망갈 거야.”
유키무라가 풋 웃었다. 장난스러워 보이면서도 조금……
“이미 늦었어.”
“뭐가?”
“돌아가기엔 늦었다고.”
그래, 욕심이 넘치는 웃음이었다. 독점욕과 집착이 뒤섞인 얼굴.
“네가 그 문을 연 바로 그 순간부터 난 절대로 너를 놓지 않기로 다짐했거든.”
유키무라의 말 그대로였다. 그녀는 그 표정을 보고 확신했다. 이미 발을 빼기도, 돌아가기에도 늦었다. 그렇다면 전적으로 유키무라를 향해 달리는 수밖에. 지지 않을 정도의 사랑으로 유키무라를 옭아매는 수밖에.
“그래주면 나야 좋지.”
“후후, 고마워.”
금세 욕망을 지워내고 부드럽게 웃는 유키무라가 조금 얄미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녀는 스스로의 의지로 이 카페에 들어섰다.
“올 거라고 믿었잖아.”
“믿는 거랑 현실은 다르지.”
“말은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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