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잡고 잘게
후지 슈스케 드림
눈이 내리는 겨울밤의 데이트는 커플을 로맨틱한 분위기로 이끌어가기에 좋았다. 공기는 차가워도 내리는 눈송이는 낭만적이고,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느라 반짝거리는 조명은 좀 더 황홀함을 선사하는 법이다. 그러니 늦은 밤이 되도록 거리에 돌아다니는 커플이 많은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후지 역시 여자친구와 함께 그 인파에 섞여 있었다.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놓던 작은 입이 더 같이 있고 싶다고 작은 투정을 부리는 것도 후지에겐 예상한 바였다. 자연스레 두 사람의 발걸음은 후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창문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을 즐기면서 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현관문을 넘어설 때에 그녀의 볼은 이미 붉게 물든 상태였다. 니트 모자에 귀마개, 목도리까지 칭칭 동여매고 손모아장갑까지 끼고 있었지만 드러난 부분은 차다 못해 얼음장 같았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후지의 손이 볼을 감싸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워.”
“금방 따뜻해질 거야.”
후지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돌아섰다. 거실에는 아직 냉랭한 공기가 감돌았지만 온풍기도, 고타츠도 제 역할을 해줄 것이었다. 다시 후지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훨씬 더 붉은 얼굴로 제 볼을 문지르고 있었다.
“이건 반칙이야.”
“후후, 그렇지.”
그래도 마냥 좋은지 배시시 웃는 얼굴이 귀여웠다. 모자부터 코트까지 하나씩 벗은 것들이 옷걸이를 채워나갔다. 언젠가 후지가 선물로 주면서 맞춘 커플 목도리가 나란히 자리했다.
*
잔뜩 긴장해 있던 몸이 노곤하게 풀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꼬물꼬물 움직이며 쿠키를 먹던 손은 어느새 멈춘 채였다. 후지는 진즉부터 끔뻑끔뻑 느리게 깜빡이는 그녀의 눈을 알고 있었다. 결국 스르륵 내려가는 고개를 부드러운 손길로 붙잡고 후지가 속삭였다.
“침대로 갈까?”
“으응…… 졸려…….”
무슨 뜻인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대답하는 게 분명해 웃음이 났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걱정 마, 손만 잡고 잘게.”
졸음으로 무거운 눈이 힘겹게 열렸다.
“손만 잡아?”
갸우뚱, 기울어지는 고개가 온통 의문을 표출하는 듯 보였다. 정말이지, 이런 점이 후지를 즐겁게 했다. 이 순진한 공주님은 지금 자신이 한 말이 후지의 한도 끝도 없이 짙은 소유욕을 얼마나 자극하는지 알까?
“그럼 뭘 원해?”
“안고 자고 싶은데.”
자연스럽게 팔을 벌려오는 게 귀여워서 후지도 자연스레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대로 번쩍 안아 올려 침대까지 가는 것도 후지의 몫이었다. 정말 다른 뜻 없이 순수하게 안고 자고 싶다는 제 여자친구는 귀여운 정도가 지나쳤다.
“일찍 일어나서 졸리지?”
“응, 얼마 못 잤어. 슈쨩이랑 잘래.”
그녀를 먼저 침대에 눕혀주고 후지도 그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품을 파고드는 등을 토닥였다. 금세 새근새근 잠든 그녀의 숨이 간지러웠다. 몇 시간이고 더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었다. 후지는 그러는 대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눈을 감았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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