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6 <DOLCE>

「신호」

키리하라 아카야 드림





 “그것 좀 그만해.”

 “왜?”

 “왜냐니…….”


 솔직하게 지금 당장이라도 널 침대 위로 넘어뜨리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면 엉큼하다며 퍽 한 대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주 그러니 입을 뗄 수가 없다. 하지만 아래서 올려다보는 눈빛이며, 아까부터 살금살금 내 손등을 간질이는 손끝을 도저히 참기가 힘들다. 눈이 금방이라도 충혈 될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테니스 할 때처럼 데빌화가 된다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선배들이 말하는 ‘이성’ 같은 건 분명 없어지고 말 것이다.


 “일부러 그러냐?”

 “모르고 그러는 것 같아, 아님 알고 그러는 것 같아?”

 “되묻지 말고, 진짜.”


 약간, 아주 약간 미소 짓는 것처럼 보였는데 입술을 쭈욱 내민다.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볼을 찌를까 하다가 그만둔다. 뭔가 기분 나쁠만한 일을 했나 싶어 초조하다. 갑자기 마음이 더 달아오른다.


 “아카야는 진짜 바보구나.”

 “뭐?”


 눈치를 살피려다 인상을 확 구긴다. 난데없이 바보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나쁘다. 그게 설령 나라도 기분은 나쁘다. 밥 먹듯이 선배들한테 놀림당한다고 익숙해질리 없다. 한숨을 푹 내쉰 그녀가 다시 내 손등 위로 손끝을 세운다. 간지럽다. 이유를 설명할 순 없지만 손등이 불타는 것 같다. 닿고 싶다. 그대로 키스하고 싶다. 어딘지 모르게 야하다.


 “자기가 좋을 땐 온갖 수단으로 덤벼들면서, 왜 이런 신호는 캐치를 못하나 싶어서.”


 손목을 타고 올라오는 손길에 온몸이 전율한다. 침을 삼키고 나니 혀가 제멋대로 입술을 핥는다. 이성이 약해진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그냥 입을 맞추었다.

 코트에 서서 약한 바람을 맞고 있을 때가 딱 이런 느낌이다. 간지럽기는 한데 실체는 없고, 없었으면 하기 보다는 조금 더 이어졌으면 좋겠는, 그런 미묘한 기분 좋음.

 정신없이 혀를 섞는데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 찌릿하다. 팔을 타고 올라간 손끝이 목뒤를 문지른다.


 “못 참겠어.”

 “참지 말라고 그러는 거야.”

 “손등에다 그런 짓 하면 앞으론 다 이 신호라고 생각할 거야.”

 “그래도 돼.”


 만족한 듯 웃는 얼굴이, 못 견디게 예뻐서 이젠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그녀만 있으면 된다. 신호를 못 알아차린 나를 바보라고 부르든 말든 아무래도 좋다. 눈앞의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다.


 “헤헷, 그럼 사양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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