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219 <당신의 수호천사>
「방해꾼」
유키무라 세이이치 드림
“잠깐, 전해야 할 말이 있군. 지난 주 안건이다만…….”
눈이 마주쳤을 때 역시 무시했어야 했다. 답지 않게 늦은 후회가 유키무라를 휘감았다. 그녀의 시선이 야나기에게로 돌아가는 게 여간 맘에 들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아니, 맘에 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짜증이 났다. 옆에 있는 게 야나기 렌지가 아닌 그 누구라도 싫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유키무라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했다. 물론 그녀의 손은 놓지 않은 채였다.
“그래서 내일 회의에서도 이 내용을 다뤄야 할 것 같은데.”
“응, 그래야겠네. 지난 주 자료 좀 다시 정리해 줄래?”
“물론. 그리고 내일…….”
“렌지?”
거기까지가 최대였다. 학생회가 아닌 유키무라가 듣기에도 일단 지금 안건은 급해 보였으니 전달하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봐 줄 만큼 제 성격은 좋지 않았다. 유키무라는 제 시야에 들어 와 있는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걸 가만히 봐 줄 수 없었다. 그 시선을 받고 있는 게 비록 제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일지라도 매한가지였다.
야나기의 시선이 유키무라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실례했군.”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할래? 나한텐 지금 되게 방해꾼이라서.”
“세이이치.”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가 유키무라를 홱 쳐다보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 화내는 듯한 표정이 유키무라의 눈에는 마냥 귀엽기만 했다. 유키무라는 대답하는 대신 꼭 잡은 손을 끌어당겼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확 줄어들면서 더운 공기가 훅 유키무라의 목덜미를 덮쳐왔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가볍게 섞인 그 공기마저도 못내 사랑스러웠다.
“괜찮아, 틀린 말이 아니니. 이만 가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야나기는 피식 웃었다. 이런 단어 선정이라도 야나기는 이해해 줄 거라는 유키무라의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야나기는 미련 없이 홱 뒤돌아 걸어갔다. 발걸음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갔다. 유키무라는 잡은 손을 풀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친구한테.”
“렌지라면 이해할 테니까.”
유키무라의 말에 할 말이 없는지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앙 다문 입에 키스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오르는 건 조금 눌러놓았다. 지금은 잠깐 빼앗겼던 그녀의 시선을 온전히 만끽하고 싶었다.
“난 네 시선을 뺏기는 게 참 싫거든.”
“손도 잡고 있었으면서 뭐가 그렇게 욕심이 많아.”
투덜거리면서도 싫지는 않은지, 삐죽 튀어나온 입술의 끄트머리가 조금 올라갔다. 유키무라는 비어있는 손으로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 손등 위로 가느다란 손가락이 얽혔다. 손가락 끝이 가볍게 눌러오는 감각이 좋았다.
“내 시야에 있는 동안은 확실하게 나한테만 관심을 쏟길 바라거든.”
“진짜 독점욕 강하다니까.”
“응, 넌 예쁘고.”
쿡 부드럽게 웃고 있자니 그녀의 볼이 붉어졌다.
“칭찬한 거 아니야.”
“난 칭찬한 거 맞아.”
아무래도 그녀를 괴롭히는 건 평생 그만둘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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