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레트 x 베르나데타 (레트베르)
- 2부의 언젠가
- 레트베르 위크 3번째 날: 밤

 

 

  “이 시간에 밖에 있다니 별일이군.”

  “, 선생님.”

 

  가르그 마크의 밤은 칠흑과도 같았기에, 띄엄띄엄 서 있는 횃불로는 저 멀리 선 인영을 판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듯한 옥색 머리카락을 모를 수는 없었다. 하물며 그런 사람이 먼저 자신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으니 확실했다. 따라서 베르나데타는 벤치에서 일어나는 대신 벨레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서 오세요. 늦으셨네요.”

  “정찰 중에 의심스러운 걸 봐서.”

  “, , , 설마……

  “처리했으니 문제없다.”

 

  베르나데타가 그를 신뢰하는 만큼, 벨레트 역시 그녀를 잘 알았다. 금방 나쁜 쪽으로(그것도 극단적으로) 생각이 빠져버리는 버릇은 5년이 흐른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벨레트는 꼭 지금처럼, 늘 적당한 순간에 치고 들어와 그녀의 사고를 멈춰 주고는 했다. 베르나데타가 그에게 무의식적으로 의지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여전히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베르나데타를 빤히 보다가, 벨레트가 물어왔다.

 

  “잠이 안 오나?”

  “, 그런 건 아니고요. 선생님이 정찰을 하러 가셨다니까 괜히 걱정되지 뭐예요.”

 

  가르그 마크 주변에는 늘 첩자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전쟁 중에는 온갖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다. 벨레트를 지휘관으로 두고 있는 가장 막강한 세력이 가르그 마크를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만큼 정찰은 이 군대에 필수적인 일이었고, 베르나데타 역시 당번을 맡아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며칠 전에 나간 정찰대가 길 한복판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탓이었다. 아마 특수한 마법 용구를 숨겨놨던 것 같다는 보고는 베르나데타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불안감 속으로 떠밀었다. 타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그 사람을 잃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운 법이었다.

 

  “베르가 괜한 걱정을 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인데.”

  “걱정해줘서 고마워.”

 

  놀란 베르나데타가 고개를 들었지만 벨레트는 이미 베르나데타의 옆자리에 앉은 뒤였다. 화들짝 놀라며 옆으로 몸을 비켰다. 하지만 그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늘을 봐.”

 

  베르나데타도 시선을 돌렸다. 오전 중에 비가 내리고서 맑게 갠 덕분인지,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 오늘은 별이 많이 떴네요! 예쁘다.”

  “혼자 보기 아까웠어.”

 

  적막한 가르그 마크에 두근거리는 소리만 울리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방향으로 마구 질주하는 생각 때문에 눈이 핑핑 도는 듯했다.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게 된 베르나데타는 슬쩍 눈길만 옆으로 주었다. 언뜻 보기에 벨레트가 미소 지은 것도 같았다.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볼은 후끈거렸다.

 

  “, 사실은요, 선생님을 기다렸어요. 선생님이 안 오시면 어떡하지 걱정이 돼서…….”

  “난 언제나 돌아올 거야.”

 

  뻣뻣하게 고정하고 있는 옆얼굴에 시선이 느껴졌다. 얼굴이 붉어진 게 들킬 것 같았지만 마냥 피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고개를 돌렸다. 어렴풋하기만 한 빛 속에서도 아름다운 옥색 머리카락에 잠시 눈을 빼앗겼다. 그리고 마주한 눈에서, 베르나데타는 어떤 감정을 읽었다.

  확신이 들지 않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수치스러움마저 몰려오는 듯, 얼굴이 점점 뜨거웠다. 막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였다.

 

  “두 번 다시 두고 떠나지 않아.”

 

  벨레트가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베르나데타는 확신했다. 자신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의심하고 보는 그녀라도 벨레트가 하는 말은 전적으로 믿을 수 있었다. 왈칵 눈물이 터졌다. 동시에 튀어나오려는 진심을 꾹꾹 눌러 삼킨 뒤, 베르나데타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벨레트의 손을 맞잡았다.

 

  “믿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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