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의 결혼식

 

- 휴베르트 x 베르나데타 (휴베르)

- 홍화의 장 엔딩 이후의 시점

- 결혼식 직전에 생각이 많은 두 사람

 

 

 

  “,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무심코 입으로 다가오는 손을 억지로 내려놓았다. 북이라도 치는 듯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에 맞추어 작은 발이 방 안을 바쁘게 오갔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심장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고, 새하얗게 변해버린 머릿속에서 온갖 종류의 마법이 터지는 것 같았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자신의 평화로운 공간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공간은 이제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깨달았다. 비명이 되지 못한 신음이 간신히 입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어쩔 줄을 모르고 공기를 쥐어뜯던 손이 결국 머리카락을 막 붙잡았을 때였다.

 

  “베르쨩, 준비됐어?”

  “도로테아~!”

 

  빼꼼 열린 문 사이로 도로테아의 얼굴이 나타났다. 구석을 향하던 베르나데타의 발걸음이 빠르게 곧장 문으로 향했다. 반사적으로 활짝 문을 연 도로테아의 품으로,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베르나데타가 뛰어들었다. 졸지에 허리를 꽉 붙잡힌 도로테아는 사람을 부르는 대신 베르나데타의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였다.

 

  “어머, 왜 그래? 왜 울상이야? 뭐 잘못됐어? 누구야? 누가 감히 우리 베르쨩의 결혼식을 망치려고 해?”

  “, 어떡하지? 사실은 이게 전부 다 거짓말인 거 아닐까? 그래, 말도 안 돼, 베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휴…… 휴베르트 씨랑 결혼을 한다니! 하지만 휴베르트 씨가 베르에게 청혼을 했는데…… , 그것도 사실은 다 전략……

  “베르쨩! 진정해! 그럴 리가 없잖아!”

 

  억지로 베르나데타를 떼어낸 도로테아가 얼굴을 마주 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긴 한숨을 뱉은 도로테아는 아예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거품을 물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베르나데타를 의자에 앉혀놓고, 그녀 역시 의자를 끌어다 맞은편에 앉았다. 다행히도 주머니에 손수건이 들어 있었다. 손수건 자락으로 베르나데타의 눈물을 조심조심 훔쳐냈다. 코를 훌쩍이는 베르나데타의 표정은 결혼식을 앞둔 신부의 표정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래,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해서 나도 놀랐어. 그건 인정해. 하지만 잘 생각해 봐. 다른 사람도 아니고 휴베르트 폰 베스트라가 장난으로 청혼을 할 것 같아?”

  “, 그치만 전략적인 이유라면……

  “베르쨩,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그런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마. 만약 정말 그런 이유로 청혼한 거면 내가 당장 가서 목을 졸라버릴 거야.”

  “, , 그건 좀……

  “자신감을 가져. 휴군이 베르쨩 볼 때 어떤 표정인지 몰라? 에델쨩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베르나데타의 표정이 다시 우울했다. 도로테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휴군 표정이 좀 무섭긴 하지. 그럼 이렇게 생각하자. 베르쨩은 휴군을 사랑해?”

  “.”

 

  짧고도 확실한 대답이었다. 베르나데타로서도 이토록 확고하게 대답을 한 사실이 놀라웠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로테아를 쳐다보자, 그녀 역시 마찬가지의 감상인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이내 초승달처럼 눈이 휘어졌다. 미모만큼이나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도로테아가 베르나데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럼 뭐가 걱정이야! 이젠 못 무른다고 하면서 영원히 남편으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거야!”

  “, 그런 거야?”

  “, 그런 거야. 그러니까 이제 나가자. 신랑 목 빠지겠어.”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베르나데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신부 얼굴이 이게 뭐냐는 잔소리를 속사포로 내뱉으면서, 도로테아는 손수건으로 부드럽게 베르나데타의 얼굴을 문댔다. 이어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도구들이 도로테아의 손으로 들어왔다. 베르나데타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고, 또 눈을 떴다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연신 얼굴 위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베르나데타가 거울을 마주했을 때, 눈물 자국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다음에는 머리였다. 삐죽삐죽 솟은 머리가 물 몇 방울과 정성스러운 빗질로 예쁘게 가다듬어졌다. 마지막으로 드레스의 맵시까지 만족스럽게 정리하고서야 도로테아는 문을 열었다. 신부 베르나데타가 등장할 시간이었다.

 

  “가자.”

  “, .”

 

  긴장한 탓에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베르나데타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도로테아의 손을 꼭 잡고 복도로 나와 계단을 향해 걸었다. 계단 아래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들이 겨우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침을 몇 번이나 삼키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마침내, 계단을 다 내려가자 열려 있는 문 안쪽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연회장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심장을 뱉어낼 것 같았지만 도로테아의 손을 떨어져라 꽉 붙잡고 버텼다.

 

  “, 신부가 왔어요~”

 

  모두의 시선이 한꺼번에 꽂히는 게 느껴졌다. 그중에서 하나의 시선을 골라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베르나데타는 평소와는 다르게 예복을 갖춰 입은 휴베르트를 바라보았다. 가슴에는 베르나데타가 자수를 놓은 손수건을 꽂고 있었다. 평소와 똑같이,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나니 어쩐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휴베르트가 도로테아에게 가벼운 묵례를 하고, 베르나데타의 손을 건네받았다. 베르나데타는 휴베르트의 맨손을 잡은 것이 언제인지 문득 되짚었다. 조금은 서늘한 손에서 규칙적인 박동이 느껴졌다. 조금 빠른 그 박자가 자신의 것과 속도가 비슷해 괜히 웃음이 나려고 했다.

 

  “도망이라도 가셨나 했습니다.”

  “?”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되돌리고 싶으면 언제든 말씀하시거나 도망치시라고 했었지요.”

 

  분명 그런 말을 하기는 했었다. 이것은 결코 강요가 아니며, 마음이 가는 대로 답을 하면 된다는 말로 청혼을 한 휴베르트는 베르나데타가 눈물을 쏟아내며 고개를 끄덕인 뒤에 그런 말을 덧붙였다. 아니, 에델가르트에게 결혼하기로 했다고 보고하러 간 뒤에 했던 말 같기도 했다. 혹은 결혼식 날짜를 정하던 날에 들은 말인지도 몰랐다. 언제나 부정적인 쪽으로 격렬하게 돌아가는 베르나데타의 머리가 평소와 같이 극단적인 결론을 내렸다.

 

  “, 베르가 도망치기를 바라셨……

  “결코 아닙니다. 귀하가 와주어서 기쁘다는 뜻입니다.”

 

  휴베르트가 웃었다. 베르나데타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기까지 하면서 내비친 그 웃음에, 베르나데타는 십 여분 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불안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또한 베르나데타를 보고 안심한 게 분명했다.

 

  “휴베르트 씨도 베르 못지않게 겁쟁이네요.”

  “큭큭큭, 그렇습니까?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군요.”

  “조금 전까지 휴베르트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어지네.”

 

  풋 웃은 에델가르트가 한마디를 거들자, 연회장은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저마다 휴베르트가 어쨌네, 조금 전에 무슨 소리를 했네, 표정은 어땠네 떠들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국의 궁내경을 놀릴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법이었다. 말리기를 포기한 휴베르트가 한숨을 뱉어냈다. 베르나데타는 금세 미간에 주름이 잡힌 휴베르트를 올려다보며 쿡쿡 웃었다.

 

  “베르가 안 올까 봐 걱정했군요.”

  “타당한 염려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에이, 왜요. 좋아한다고 고백은 베르가 먼저 했잖아요. 휴베르트 씨가 여러 번 도망치라고 했는데도 안 도망가고 옆에 붙어 있었는데요.”

  “사람의 마음은 바뀌기도 합니다.”

  “맞아요. 그러니까 휴베르트 씨를 좋아하죠. 베르는 휴베르트 씨가 무서웠는걸요.”

 

  대답할 말이 없는지 휴베르트는 입을 다물었다. 휴베르트를 놀리는 것인지, 휴베르트와 베르나데타의 결혼을 축하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기들끼리 떠드는 것인지, 연회장에 모인 친구들은 시끄러웠다. 꼭 사관학교 시절의 흑수리반 같았다.

 

  “행복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여전히, 반쯤은 무섭고 반쯤은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며 베르나데타는 웃었다. 예복 외에 어떠한 격식도 갖추지 않은 결혼식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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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패왕 루트를 밟는 중인데

(하려던 원고가 홍화 얘기라.....)

휴베르트랑 베르나데타 커플도 참 귀엽지 않나요

사실 전 베르나데타의 커플링이라면

다 좋아하긴 합니다<<

 

둘이 결혼한다고 하면

흑수리반 모두가 ㅇ_ㅇ)...?! 할 것 같은데

도로테아가 제일 걱정하지 않을까요?

도로테아랑 휴베르트 지회 생각하면

얘기 듣자마자 당장 목을 따버릴 기세로

휴베르트 찾아가서 진심이냐고 물어봤을 듯요

 

무튼 휴베르트랑 베르나데타는

무사히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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