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해결은 달콤하게

 

- 클로드 x 리시테아

- 취풍의 장 엔딩 이후 시점

- 스킨십이 없어서 고민하는 리시테아와 사랑 앞에 좀 바보 같은 클로드

 

 

 

  “아아, 정말!”

 

  종이가 꾸깃꾸깃 구겨지는 소리와 어울리는 한 마디였지만, 그 대신 오독오독 과자를 깨물어 먹는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팔미라에서 공수해 온 귀한 열매를 넣어 구웠다면서, 주방장이 뿌듯한 얼굴로 건네준 것이었다. 그 열매가 무엇인지는 묻지 않았지만 귀한 맛이기는 했다. 단맛에 깐깐한 리시테아 폰 코델리아가 만족하며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짜증은 과자가 아니라, 함께 건네받은 편지에서 비롯됐다.

 

  “애정의 입맞춤을 담아? 뭘 담았다는 건지 정말.”

 

  주방장이 본 적도 없는 열매를 과자 반죽에 첨가한 것은 애초에 그의 뜻이 아니었다. 드래곤을 타고 가르그 마크로 날아오면서 등짐에 그 ‘귀한 열매’를 한 자루씩이나 실어 온 인간의 간곡한 부탁(리시테아가 아는 그라면 온갖 회유와 협박도 덧붙였겠지만) 때문이었다. 덕분에 맛있는 간식을 얻게 돼서 기쁘긴 했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이 붙었다.

 

  “이런 편지 한 장에 담을 바엔 나한테 직접 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클로드 폰 리건에게 있었다. 팔미라에서 가르그 마크까지 날아왔으면서 아직도 저를 만나러 오지 않는 클로드, 늘 장난처럼 애정을 고백하는 클로드, 여태까지 입 한 번 맞춰오지 않는 클로드, 클로드, 클로드 폰 리건!
  울컥 치미는 감정을 실어 과자를 으득으득 깨물었다. 와중에 이 사이로 뭉개지는 열매가 달고 달아 더욱 화가 났다. 어째서 구애로 보이는 모든 행동을 하면서 연인‘만’ 할 수 있는 행위에는 이리도 무지한지. 좋아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 게 아닐지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바보 같아, 정말.”

  “그건 내 얘기인가?”

 

  ‘원탁의 귀신’이던 이가 아니랄까 봐, 아무튼 나타나는 시점만큼은 귀신같았다. 문틈으로 쏙 들이민 얼굴이 미워서 리시테아는 흥, 일부러 크게 코웃음을 쳤다.

 

  “쓸데없이 회담이 길어져서 말이야. 로렌츠 녀석이 말꼬리를 좀 많이 잡아야지.”

  “그 전에도 시간 있었을 텐데요.”

  “아…… 그게.”

 

  멋쩍은 듯 볼을 긁적이던 클로드의 시선이 탁자 위의 과자 접시에 닿는 게 보였다. 동시에 반색하는 얼굴도 한눈에 들어왔다.

 

  “과자는 맛있었나 보네. 팔미라의 과일도 나쁘지 않지?”

  “말 돌리지 말아요. 또 그렇게 피하려고요?”

  “이런, 오늘은 넘어가 주시지 않으려는 모양이군.”

 

  하하, 웃어넘긴 클로드가 자연스레 탁자를 사이에 두고 리시테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때까지도 리시테아의 표정은 나름대로 험악했다.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심정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쉽게 기가 죽을 클로드가 아니었다. 그는 사관학교 시절부터 유명한 달변가였다.

 

  “넌 단것을 좋아하고 과자도 좋아하지. 오늘 들고 온 과일은 팔미라에서 제일 달기로 유명해. 과자로 만들면 딱이다 싶었는데 주방장님이 워낙 고집이 세셔야지. 요리할 게 산더미다, 요리법도 모른다, 이러쿵저러쿵…… 애걸복걸하다 보니 시간이 다 됐지 뭐야. 기사 한 명이 찾으러 내려오기까지 했다고.”

  “그게 절 보러 오는 것보다 더 급했다고요?”

  “아니, 아니야, 내가 잘못했으니까 마법은 쓰지 말고. 응? 깜짝 선물로 주고 싶어서 그런 게 당연하잖아. 회담이 끝나면 짠! 하고 등장해서 주고 싶었다고. 바보 같았던 것도 인정해. 다음부턴 꼭 가장 먼저 보러 올게.”

 

  당황한 표정이었다가 금세 눈을 찡긋해 보이는 클로드를 보고 리시테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가 가뜩이나 심란한 리시테아의 마음을 휘저어 놓았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왜 좋아하기 시작한 것인지, 하다못해 고백은 왜 받아줬는지, 과거의 자신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클로드, 아직도 제가 어린아이 같나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렇게 달래듯이 말하지 마세요. 제가 마냥 동생 같아서 좋다고 하는 거예요?”

 

  리시테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이런 상황에 울음을 터뜨리기는 싫었다. 속상한 티를 내기는 더욱더 싫었다. 논리정연하게 다듬어진 말로 따져 묻고 진실만 담은 담백한 답을 듣고 싶었다. 소중한 감정이기에,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다는 건 리시테아,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장난기가 싹 사라진 클로드의 얼굴을 보고도 가슴이 마구 요동쳤다. 평소보다 낮은 어조와 담담한 말투도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리시테아는 두 손을 꼭 그러쥐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좋아한다면서, 고백까지 해놓고서 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죠? 손도 잡지 않고, 안으려고 하지도 않고! 나한테 할 입맞춤을 왜 편지에 담느냐고요!”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뱉어낸 탓에 리시테아는 자기도 모르게 씩씩거렸다. 어깨가 크게 들썩이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귓속에서 북을 치듯 박동 소리가 요란했다. 그 시끄러운 숨이 차분히 가라앉는 동안에도 클로드는 답이 없었다.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클로드가 느리게 시선을 옮겼다. 리시테아를 똑바로 마주치던 눈이 탁자 위로 향했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몇 분이나 멈춰 있었을까, 그가 한 손으로 얼굴을 세게 쓸어내렸다. 어쩐지 볼이 좀 붉어 보였다.

 

  “잠깐만, 리시테아. 우리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뭐가 오해라는 거죠? 역시 당신과 제가 말하는 ‘좋아한다’는 다른……”

  “아냐, 그 부분에서는 난 진심이야. 네가 말하는 그 의미로 널 좋아한다고. 처음 고백했을 때도 그랬잖아, 너를 평생의 반려로 맞이하고 싶다고.”

 

  클로드는 리시테아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연거푸 양손으로 마른세수를 해댔는데, 그럴수록 얼굴이 차츰 붉어지고 있었다. 마음이 좀 누그러진 리시테아는 하얗게 질린 주먹을 슬그머니 폈다. 덩달아 열이 오르기 시작한 볼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홧홧한 게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연인의 단계를 밟지 않는 거예요? 역시 날 여전히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전혀 아니야. 솔직히 말하자면 하고 싶지. 손도 잡고 싶고, 안고 싶고, 입도 맞추고 싶다고. 젠장, 왜 이런 소릴 하고 있는 거람. 누구보다도 너를 한 사람으로 보고 있으니까 더 소중히 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이제 클로드의 얼굴은 누가 봐도 붉었다. 크게 심호흡을 한 그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이젠 손등으로 볼을 문대는 리시테아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큼, 괜히 한 번 목을 가다듬는 클로드를 보며 리시테아도 괜한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그리고 아까 오해라고 했던 거 말인데, 아직 제대로 대답을 못 들었잖아. 연인이 되기도 전에 그렇게 다가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네에?”

 

  긴장감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리시테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당황하기는 클로드도 마찬가지였는지,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리시테아는 급하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지난겨울에 찾아왔을 때 클로드가 사귀자는 소리를 했다. 그래서 사귀어도 괜찮다고 대답을 했다. 그 이후로 벌써 달이 여러 번 지나갔다.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전 저번에 분명히 괜찮다고 대답했잖아요.”

  “하지만 그건 완벽한 동의라기엔……”

 

  보기 드물게 우물쭈물 말을 흐리는 클로드의 모습에 리시테아가 울컥했다.

 

  “애초에 클로드가 먼저 슬슬 사귀어도 되지 않겠냐고 장난처럼 말했으면서!”

 

  그랬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클로드가 장난처럼 ‘슬슬 사귀어도 되는 거 아니야?’하고 운을 뗐다. 그래서 리시테아도 아닌 척 ‘뭐, 당신이 바란다면 그것도 괜찮겠네요.’라며 대답을 했다.

 

  “아, 이런. 미안. 진짜로 미안.”

 

  클로드가 다시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거칠게 마른세수를 하며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리시테아는 어색하게 자리에 다시 앉아서 얌전히 그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울컥해서 화를 내기는 했지만, 리시테아 역시 장난처럼 대답한 것이 사실이었다.

 

  “처음 고백했을 때 네가 단명할 거라면서 거절했잖아. 그래서 한네만 선생님이랑 린하르트를 철야시키면서까지 노력한 거고. 이젠 문장도 사라졌고, 단명할 이유도 없어. 그런데 여기서 거절당하면 진짜 끝이니까…… 더 노력해서 날 좋아하게 만든 다음에 다시 정식으로 고백할 생각이었어.”

 

  씩 웃으면서 말꼬리를 잡아 진짜냐고 되묻지 않았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자신이 알던 클로드의 반응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냥 지나가 버린 몇 달 전의 제가 바보 같았다.

 

  “아아, 정말!”

 

  리시테아는 다시 일어났다. 멀고도 가까운 몇 걸음을 걸어, 클로드의 옆에 섰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클로드에게 성큼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황한 클로드는 눈도 감지 못했고, 리시테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찰나의 강렬한 입맞춤이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리시테아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화끈거리는 볼은 숨길 도리가 없었다. 여전히 넋이 나가 있는 클로드를 보며 리시테아는 헛기침을 했다.

 

  “이러면 진심으로 대답이 됐나요?”

 

  클로드의 표정이 복잡했다. 기뻐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팽팽 돌아가던 머리도 이 순간에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리시테아는 남은 과자 중 하나를 클로드에게 내밀었다. 홀린 듯 클로드의 손이 그 과자를 건네받았다.

 

  “어…… 어. 응. 네. 아주 명확하게.”

 

  리시테아는 뿌듯했다. 그래서 제게 주는 상으로 남은 과자를 입에 물었다. 오도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입안에서 부스러지는 과자가 더없이 달았다. 더는 쓸데없는 고민으로 화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클로드는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기에 행복했다. 순식간에 과자 하나를 다 먹은 리시테아가 손수건으로 입가를 정돈했다.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나가요.”

  “어, 어?”

 

  과자를 손에 쥔 채로, 클로드가 리시테아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리시테아에게 클로드의 대답 따위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 리시테아는 비어 있는 클로드의 손을 붙잡아 일으켰다.

 

  “회담 뒤로 아무 일정 없는 것도 다 알고 있어요. 그동안 괜한 고민 하게 만들었으니까 당신이 책임지고 나랑 시간 보내면서 달래줘야 해요. 알았죠?”

 

  이제야 겨우 머리가 움직이는지, 클로드가 평소와 똑같이 씩 미소를 지었다.

 

  “누구 명인데 그러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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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슴 최애는 리시테아인데

차애는 아마...? 클로드인 것 같습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올캐러 올커플링 사랑맨이라서

애들 지원회화 보다 보면 앗 이 커플도 좋아...!!!

하게 되는 편인데

금사슴에선 이그마리랑 클로리시가 그랬어요 ㅋㅋㅋ

물론 리시테아는 쌤이랑 결혼해야 돼서

클로드는 페트라랑 후일담 봤지만(?

 

클로리시 후일담이 단명 때문에 한번 거절당했다가

클로드가 방법 찾아내서 살린(?) 뒤에 결혼하는 거여서

반영을 해보았습니다

 

후일담은 너무 둘 사이의 이야기만 묶여서 나와서 좀 단편적인데

이안쌤(이번엔 벨레트로 했습니다)의 금사슴반은

린하르트도 있고 한네만도 있기 때문에

클로드가 물심양면 지원해준 덕택에

두 사람의 연구가 초스피드로 진행돼서

리시테아도 초스피드로 문장을 없애고 해피엔딩!

 

얘들아 모두 행복하게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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