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새벽
- 창월의 장 EP.16 장밋빛 대하 시점
- 흑수리반 학생들 중 베르나데타만 청사자반에 왔습니다
- 전장에서 적군으로 페르디난트를 마주한 다음날 새벽의 이야기입니다
- 사망 소재 주의
똑, 똑, 똑. 세 번의 노크 뒤로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누구냐고 외쳤다. 늘 그렇듯 선생님은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이 없었다. 그 대신 우당탕 소리가 요란했다. 당황한 나머지 뭔가 쓰러뜨린 모양이었다.
“선생님…….”
한참 만에야 문이 열렸다. 선생님은 그저 끈기 있게 기다렸을 뿐이었다. 조그맣게 열린 문틈 사이로 베르나데타의 정수리가 보였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탓이었다.
“오실 줄 알았어요. 알아요, 잘못했다는 걸요. 하지만, 하지만 베르는……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그렇지만 그래도……”
“베르나데타. 혼내러 온 게 아니야.”
“네에?”
번쩍 들어 올린 얼굴이 엉망진창이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오래도록 울고 있었는지 코가 새빨갰다.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눈물이 턱을 타고 계속 뚝뚝 떨어졌다. 벌겋게 튼 볼을 보니 소매 끝이 짙게 물들어 있으리란 것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하, 하지만 베르는 잘못했잖아요. 저, 저, 전장에 나가서 석상처럼 굳어버리다니 말도 안 되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 그게요, 제가 디미트리 씨 말대로 얼굴을 안 보면 된다고 계속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요, 그게 제 맘대로 안 되는 거예요. 왜냐면…… 왜냐면…….”
결국 끝까지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리는 베르나데타를 붙잡았다. 선생님은 베르나데타의 등을 도닥이며 침대에 걸터앉게 도와주었다. 엉엉 소리 내서 우느라 사라져버린 뒷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페르디난트 폰 에기르는 기개 높은 귀족이다. 아니, 귀족이었다. 자신이 귀족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아마, 분명 그만큼 훌륭한 귀족이 되었을 터였다. 학생 시절부터 훈련 시간에 제 이름을 크게 외치며 공적을 세우기를 희망하던 이였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듣자마자 지시를 내렸다. 전진 중이던 애쉬의 부대를 세우고 뒤따르던 베르나데타의 부대와 합류하도록 했다. 지시는 빠르고 정확했지만,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훨씬 더 빠르게 베르나데타에게 닿았다. 얼어붙어 꼼짝도 못 하고 있는 베르나데타를 대신해 부대를 지휘한 것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애쉬였다.
“제가 죄송해요. 감히 제가 여기에 와서, 제가…… 제국 출신인 베르가 분수도 모르고 선생님을 따라오는 바람에 전장을 엉망으로 만들 뻔……”
“네가 제국에서 태어났다는 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아. 마찬가지로 제국인 친구를 가진 것도 아무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하지만 우리는…….”
하지만 우리는 적이 되어 서로를 죽이고 있잖아요.
선생님은 다시 말이 없었다. 굳이 ‘이것이 전쟁’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간극이 있는 법이었다. 몇 번을 되새기고 스스로 납득시켜도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그런 노력은 모두 수포로 되기 일쑤다. 제랄트에게 익히 들어온 말이었다.
무심코 올라오는 손에 손수건을 쥐여주며, 선생님은 계속 베르나데타의 등을 토닥였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낸 베르나데타가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겨우 울음이 잦아들었는지, 연신 들썩이던 어깨가 조용했다.
“선생님. 저요, 집을 나오면서 이미 각오했거든요. 에델가르트 씨와 싸우게 될 거라는 거 말이에요. 어차피 아버지도 칩거 생활 중이시고, 전 청사자반으로 옮기면서 에델가르트 씨와 자연스럽게 멀어졌으니까…… 집을 안 나왔어도 그랬을지 모르고요.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어요.”
덤덤하게 꺼내놓는 속마음에 선생님은 고개만 끄덕였다. 손수건을 꼭 쥔 채 무릎 위에 놓여 있는 베르나데타의 손처럼, 선생님의 손도 깍지를 낀 채 가지런히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꼭 무언가를 바라듯, 기도하는 손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데요, 저는…… 저는 진짜 각오가 된 게 아니었나 봐요. 막상 거기서 페르디난트 씨를 보니까…… 신기한 게요, 생각보다 되게 멀리 있었는데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도 페르디난트 씨인 걸 알겠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반가움을 느꼈어요. 그때 얼어붙었어요. 페르디난트 씨가 적이라는 것도 거의 동시에 깨달았거든요. 혼란스러웠어요.”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그러면 안 되잖아요.”
방에 찾아온 뒤로 두 번째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베르나데타는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선생님은 잠시 말을 고르듯 심호흡을 했다.
“꼭 한 가지로 정의할 필요는 없지. 페르디난트는 적이기도 했지만, 베르나데타의 친구였잖아. 그러니까 반갑게 느껴지는 게 당연해.”
뻐끔뻐끔, 몇 번을 열렸다 닫혔다 하던 작은 입에서 새된 신음이 흘러나왔다. 표정이 다시 일그러지면서 겨우 잦아든 눈물이 다시 또르르 흘러내렸다. 도피처를 찾듯 마구 배회하던 시선이 결국 선생님에게로 돌아왔다. 언제나 보아오던 선생님의 눈동자가 새삼 낯설었다. 어쩐지 슬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친구였지만 다른 가치관을 가지면서 반대편에 섰을 뿐이야. 만약 우리가 설득할 수 있다면, 우리 편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페르디난트 씨는…….”
“응, 페르디난트는 이미 떠났지만, 앞으로 우리는 친구였던 적을 더 많이 만나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각오를 다져야지. 적이 되기 싫으면 설득을 하고, 그래도 상대방이 그 가치관을 고수한다면……”
이번에는 선생님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새벽 달빛만이 비추고 있는 방은 더없이 조용했다.
“살기 위해 상대방과 싸워야지.”
고요함은 예고 없이 깨졌다. 마치 화살이라도 맞은 듯, 희미한 신음과 함께 베르나데타가 숨을 삼켰다. 마디마디가 하얘질 만큼 꽉 쥐고 있던 손이 어느 순간 탁 풀렸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꾹꾹 눌러 닦은 베르나데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응, 알아.”
“다 알지만…… 그냥, 속상해서, 아파서요, 그러니까……”
“위로가 필요했던 거지.”
오늘 처음으로 보인 미소였다. 바람이 빠지듯 푸흐, 소리가 났다. 베르나데타의 눈은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그래도 한결 나아 보였다.
“선생님은 참 이상해요. 베르한테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매번 아시는 거예요?”
“음, 사실 이번엔 나한테도 필요했어. 위로 말이야.”
베르나데타를 마주 보며 선생님도 미소 지었다. 그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던 베르나데타는 기습적으로 선생님을 끌어안았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센 힘으로, 정말 꽉 끌어안았다. 선생님은 미소 지으며 베르나데타의 등을 다시 도닥였다.
“베르 같은 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기예요!”
“응, 고마워. 날 믿고 여기까지 와 줘서.”
유독 길고 긴 새벽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모든 친구들의 모든 지원회화를 열기는 힘드니까
한 루트 진행에 한 명씩 골라서 모든 지원회화를 열자! 가 목표였고
이번엔 디미트리가 목표여서 지원회화에 필요한
동맹 친구들을 포섭하느라 애를 먹었고
그래서 최애인 베르나데타만 간신히 데려왔더니....
1회차를 제국 루트로 갔기 때문에
미르딘 대교 전투에 로렌츠가 나오는 건 알았지만
그땐 페르가 우리 반이어서
그 전투에 페르도 나오는 줄은 몰랐어
로렌츠까지는 예상 범위였지만
페르가 나오는 순간 진짜로 헉 소리를 냈고
그때까지 앞으로 전진시키고 있던 베르나데타를 세워두고
애쉬를 전진시켰다....
왜 이 전투의 조건은 모든 적장을 잡는 걸까 ㅠ_ㅠ
다른 학생들이 나오는 것도 괴롭지만
내가 플레이했던 애가 적으로 나오는 건 더 괴로워
이렇게 괴로울 줄 몰랐어 ㅠㅠㅠㅠ
선생님이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회차 현재의 우리 반에는
흑수리반 출신이 베르나데타밖에 없기 때문에
베르나데타와 고통을... 나누고자.... 쓰긴 했는데.....
그렇다고 안 아픈 건 아니다... ㅇ<-<
3회차에는 어떻게든 애들 다 포섭해오든가 해야지 엉엉엉엉
그땐 흑수리도 청사자도 있는 힘껏 다 데리고 와야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일단 2회차부터 끝내고 생각하자 으흐흑
선생님에겐 너희가 모두 행복한 시간선이 필요해...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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