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제8회 대운동회

테니스의 왕자 쁘띠존

<테니스의 왕자의 공주님이 바로 나야>

by Lina

 

신간 및 구간 재판을 위한 선입금 예약 안내 페이지입니다

신문물에 낯선() 사람이다 보니 티스토리 안내가 되었네요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트위터 @linajeain731 로 찾아오시는 것이 제일 빠릅니다

 

 

☆안내사항

폭발적으로 일이 들어와서 일을 쳐낸 뒤에 마감 직전에 편집을 몰아서 했더니

무려 모든 책에서 제 티스토리 주소에 k를 빠뜨리는 ㅋㅋㅋ 멍청한 실수를 했습니다.

책에 직접 수정하기는 좀 그래서 수정된 주소를 넣은 포스트잇(or 메모지)을 함께 넣어드릴 예정입니다.

(책에 쓴 주소: tsubasa.tistory.com → 원래 주소: tsubasak.tistory.com)

 

 

 

신간

 

 

<세이가쿠 테니스부의 코케시는 어디로 갔을까>

세이가쿠 올캐러 / 미스터리 / 공포 요소가 약간 있음

테니스부 부원들이 괴담에 휘말리며 겪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A5 / 120p / 10,000원

 

신간은 예약 수량+현장 판매분 2~3권 정도로만 가져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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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쿵쿵 울렸다. 쪼개질 듯한 통증에 키쿠마루는 한 손으로는 이마를, 한 손으로는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시야가 여전히 흐릿한 가운데 보이는 책걸상이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교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다만, 익숙한 교실은 아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교실 뒤편 게시판의 모습이 낯선 탓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완전히 자리에서 일어난 키쿠마루는 눈을 잠깐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두통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왜 여기서 잤더라?”

깜짝 놀란 키쿠마루가 번쩍 눈을 떴다. 분명 자기 목소리였는데, 자신은 입을 연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젠 시야가 또렷했다. 홱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보았다. 다른 책걸상 사이로 동그란 머리가 톡 튀어나온 게 보였다. 그 정수리는 익숙한 빨간색이었다.

“누, 누구세요?”

키쿠마루가 자기도 모르게 질문했다.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방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붉은 머리카락 아래쪽이 저와 똑같이 바깥을 향해 솟아 있었다. 고양이 같은 눈매와 입술마저 똑같았다. 몸을 완전히 일으킨 상대는 반소매 셔츠의 단추를 끝까지 채운 것도 저와 똑같았다. 눈앞에 서 있는 상대는 또 다른 키쿠마루 에이지였다.

“으아악! 너 뭐야!”

이런 상황에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었다. 물론, 머릿속에 금방 두어 명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기는 했지만, 아무튼 비명을 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무심코 손가락질까지 해버렸지만 그런 예의에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저쪽은, 그러니까 아마도 도플갱어는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중략)

 

“선배.”

갑자기 딱딱하게 굳은 에치젠의 목소리 때문에 후지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에치젠을 돌아보았으나 에치젠은 목이 굳어버린 듯이 앞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후지도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후지 역시 못 박힌 듯 앞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선배, 옆에 있는 걘 뭐예요?”

천하의 후지도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것은 제 후배이자 테니스부의 루키, 에치젠 료마였다. 하지만 저 앞에 서서 자신에게 부루퉁한 질문을 던진 이도 에치젠 료마였다. 불가사의한 일을 겪는 중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후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에치젠을 쳐다보았다. 황당한 것인지, 낭패감이 든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에치젠이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저 앞에 선 다른 에치젠을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에치젠이 저와 또 다른 에치젠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둘 중 하나는 가짜겠지?”

“제가 진짜예요!”

“웃기시네, 내가 진짜거든요?”

당연하게도 두 명의 에치젠 모두 본인이 진짜라 주장했다. 일단 겉모습만 봤을 때는 다를 게 전혀 없어서 누가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목소리도 똑같았고, 말투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누이라도 나타나주지 않는 한, 후지가 현재 두 명의 에치젠 중 진짜를 가려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럼 누가 진짜인지 알아낼 때까진 같이 다닐까?”

“네? 그런 게 어딨어요.”

“누가 봐도 제가 진짜잖아요.”

두 명의 에치젠이 동시에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후지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웃으며 다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증거가 없잖아.”

옆에 선 에치젠도, 앞에 선 에치젠도 입술이 부루퉁하니 튀어나왔다. 하지만 후지의 말에 반박할 도리가 없는지 결국, 앞에 선 에치젠이 투덜대며 둘에게로 다가왔다. 이제 후지는 양옆으로 귀여운 후배를, 그것도 같은 후배를 하나씩 끼게 되었다. 살다 보니 참 별난 경험을 다 하게 된다는 잡생각을 하며, 후지는 발을 옮겼다.

 

 

 

 

 

구간

 

재판 예정인 아래 책들은 최소 4년~최대 10년() 전의 책이므로

현재 저의 캐해석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용이나 문장은 건드리지 않고 맞춤법과 오탈자를 수정할 예정이며

폰트 등 내용과 관계없는 편집상의 수정이 가미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존 책을 가지고 계신다면(감사합니다)

새로 추가되는 내용이나 바뀌는 내용은 없으니 새로 구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구간은 재판 예약이 들어온 분량만 뽑을 예정이므로

원하시는 분은 꼭 예약을 부탁드립니다

행사를 너무 오랜만에 나갔더니 최소 수량이 있다는 것을 깜빡하여 그만....

<얼음꽃 피는 곳에서>를 제외하고 모두 2~4권 정도의 여유분과 함께 갑니다!

 

 

 

<벚꽃 흐드러진 곳에서>

에치젠 료마 x 류자키 사쿠노

A5 중철 / 24p, 소설 / 2,000원

 

▼샘플▼

 

 

 

 

 

 

<얼음꽃 피는 곳에서>

효테이 올캐러 동양 패러렐

A5 떡제 / 192p→160p 소설 / 10,000원

(편집 수정으로 페이지 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주의

인쇄 당시, 공백을 지운다는 것을 깜빡하고 아래와 같은 상태로 인쇄를 넘기는 바람에

실제 내용에 비해 페이지 수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새로 편집하면서 해당 공백을 지울 예정이니 페이지 수가 많이 줄어들더라도

내용에는 아무 차이가 없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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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음꽃 피는 나라

 

올해도 변함없이 얼음꽃이 화려했다. 물론 진짜 그런 꽃이 있을 리는 없었지만 이 나라에서는 깊은 겨울이 찾아오는 것을 얼음꽃이 화려해진다고 표현했다. 유난히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겨울에 피는 꽃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게 뻔했다. 여기저기 피어난 꽃에 서리가 내려앉아서 마치 얼음으로 된 꽃이 핀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히요시는 그 얼음꽃이라는 표현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한 겨울, 꽁꽁 얼어붙은 얼음 속에서도 생명력을 꽃피운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매우 강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히요시는 어릴 적부터 곧고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늘 스스로를 단련해 왔다. 누구보다도 올곧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이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 꿈이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 때문에 좌절되었을지라도 여전히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이젠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원할 뿐.

 

“진짜 할 거야?”

“그럼 농담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타키상.”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국왕을 상대할 생각을 하다니 너도 꽤 하네.”

“어설프게 할 거라면 시작도 안 했습니다.”

“뭐야, 벌써 준비 다 했어?”

“아뇨,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히요시의 입에서 김이 뿜어져 나왔다. 11월 초, 에이세츠(永設)국은 이미 한겨울이 시작된 후였다. 마구 비벼대는 타키의 두 손이 붉었다. 두 사람이 밟고 있는 언덕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이세츠의 수도를 내려다보기에는 충분했다.

 

“어때, 사람은 많이 모았어?”

“생각보다 조정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군요.”

“지금 아토베 국왕이 정치를 하기 시작한 건 열 두 살 때부터였으니까.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 예전에 비해 살기 힘들어진 것도 그렇고.”

“중요한 건 시기입니다. 적절한 정보를 얻어서 시기만 잡는다면 어려울 것도 없어요.”

“말이야 쉽지.”

 

다시 한 번 타키가 숨을 뱉어내었다. 하얗게 피어오르던 김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그때까지도 손을 비비고 있던 그는 그 손을 양 볼로 옮겨갔다.

 

“안 추워? 들어가자.”

“그러죠.”

 

히요시의 발밑에서 뽀득뽀득 소리가 났다. 간밤에 내린 눈이 얼어붙은 모양이었다. 히요시는 왕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작게 보이는 눈 덮인 왕성의 지붕은 화려하고, 화려했다.

 

*

 

“여어~ 히요시~”

 

저 멀리서부터 무카히가 손을 흔들어대었다. 왜 저렇게 체통을 지키지 못하는 거지, 저 사람은. 한참을 위로 올라가는 역사 속에서 언제나 저명한 학자로 통하는 무카히 가(家)였다. 하지만 지금 히요시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 유명한 무카히가의 장남이면서도 학문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학문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동생 쪽이었을라나. 도장에는 항상 그렇듯 오시타리도 함께 있었다. 검을 휘두를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도장에 와 있는 것일까. 오시타리는 늘 무카히의 옆에 있었다. 어쩌면, 독서에 좀 더 흥미가 있는 오시타리를 무카히가 억지로 끌고 오는지도. 히요시는 오시타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무카히가 데려온 사람일 뿐, 그 이상 어떤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 있는 정보라면 여기저기서 수집해 온 것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오시타리 유시를 다 파악할 수는 없었다. 히요시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꼈다.

 

“와 계셨군요.”

“오늘은 좀 늦었네?”

“제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오오~ 연모하는 여자라도 생겼냐?”

“생각하는 수준이 딱 그 수준이시군요.”

“뭐라고?”

 

무카히가 먼저 목검을 꺼내들었다. 히요시는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늘 이렇지.

 

“좋아, 승부다!”

“몇 번이나 하지만 제가 이기잖습니까.”

“그런 녀석이 무과에서 몇 번이나 떨어지냐? 나도 단박에 붙었는데.”

 

칼날처럼 날아오는 히요시의 시선을, 무카히는 애써 빗겨내었다. 히요시에게 있어서 금기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카히는 자꾸 그 말을 입에 올리고 말았다. 그치만 저 녀석 기어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놀리고 싶어진다구. 오시타리가 무언의 질책을 하는 것에 무카히는 속으로 구시렁댔다.

 

“그나저나 왜 시시도는 안 온대?”

 

무카히가 볼멘소리를 하는 사이, 히요시는 목검을 꺼내들었다. 그가 목검을 휘두를 때마다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차분하게 히요시는 한 동작, 한 동작을 이어갔다. 어떤 상황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평정심이었다.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싸움터에 나가더라도 질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오늘 회의라 안카나.”

“뭐? 근데 우린 왜 여깄어?”

“왕성 드간 건 새로 진급한 소장뿐이래이.”

 

머리 위로 목검을 들어 올렸다가 내려치고, 검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서 다시 한 번 같은 자세를 반복.

 

“뭐야, 진급했다고 상이라도 주나.”

“그리 부럽나.”

“하나도 안 부럽거든. 그래봤자 나랑 똑같은 계급인데 뭐가 부럽냐.”

 

왼쪽 위에서부터 사선으로 베어 들어간 후에, 이어서 횡단으로 베기.

 

“곧 다 소집한다 카드라.”

“어디로 갈 지 드디어 정해지는 거야?”

“그래봐야 니랑 내는 여 있겠제.”

“재미없게, 변방에도 좀 나가보고 싶다!”

 

배부른 소리. 머리 위에서부터 내려치는 즉시 몸을 돌려 횡단으로 베고, 다시 한 번 사선으로 베기. 지금 히요시가 상대하는 가상의 적은 오시타리였다. 가장 최근에 했던 대무(對武)에서 오시타리는 의외의 수로 찔러 들어와 히요시를 당황하게 했었다.

언제나 의외의 전략을 꺼내놓는 사람, 오시타리 유시. 그가 변방으로 나가게 될 확률은 한 없이 영에 수렴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주의의 아토베 국왕에게 처음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바로 저 오시타리 유시였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무카히에게 들은 것들. 그런 신뢰를 받는 장군이 변방으로 나갈 일은 없고, 당연하게도 무카히 가의 자식을 내보낼 리도 없다. 그렇다면 변방으로 가는 건 새로 진급한 시시도상일 가능성이 높군.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은 최대한 빨리 왕성 근처에서 사라져주는 것이 좋다. 오시타리까지 변방으로 나가준다면 더 좋겠지만 히요시는 가능성 없는 일에 목매며 희망을 걸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아, 맞다, 시찰 나간댔지? 그건 우리도 갈 거 아냐, 그치?”

“모른데이.”

“야, 유시~ 뭐 들은 거 없어?”

“없데이.”

 

역시나 오늘도 조심성 없이 말을 꺼내는 것은 무카히였고, 그 대화를 중단시키는 것은 오시타리였다. 시찰이라. 히요시는 이 도장을 찾았다. 자신이 수련을 한 도장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수석 도장답게 왕성과 가까운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카히처럼 쓸모 있는 정보를 흘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그럴 시간 있으믄 좀 더 움직이라 안카나.”

“그렇게 말 안 해도 제대로 하고 있다, 뭐.”

 

투덜거리던 무카히가 히요시의 맞은편으로 섰다. 히요시보다도 작은 체구를 가진 무카히는 몸이 날쌘 편이었다. 히요시가 한 동작을 하고 있으면 두 번째 동작을 이미 하고 있는 속도. 빠르다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무카히의 그런 빠른 동작들은 상대방을 현혹하기에는 충분했다.

빠르게 무카히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그에 맞추듯 히요시의 검이 움직였다. 장단을 맞추듯 옆으로 위로, 사선으로 직선으로 검을 그어대는 두 사람의 표정이 진지했다. 그것은 마치 춤과도 같았다. 커다랗게 호를 그리던 목검이 공중에서 깨끗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무카히가 가볍게 튀어 올라 뒤로 물러났고, 히요시는 발에 힘을 주어 자세를 유지했다. 잠시 서로 눈을 맞춘 채로 꼼짝을 않다가 다시금 목검이 움직였다. 쨍그랑 소리가 아닌 탁탁, 울리는 맑은 소리. 마당에 금세 활기가 넘쳤다.

자리에 앉아있던 오시타리가 합세하려는지 손에 쥔 서책을 덮었다. 다른 낱장보다 두꺼운 재질로 만들어진 겉표지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서책을 곱게 내려놓고 오시타리가 일어섰다. 그는 빈손이었다. 성격답게 느긋한 걸음걸이로 그가 마당으로 내려왔다. 그러더니 무카히와 히요시가 몇 번이고 목검을 부딪치는 사이로 들어왔다.

 

“야!”

“더 빨리 몬 움직이나.”

“이게!”

 

그 순간만큼은 히요시도, 무카히도 같은 마음이었다. 두 사람이 휘두르는 목검 사이에서 오시타리는 눈 한 번을 깜빡 않고 스르르 움직였다. 커다란 동작도 없이, 가볍게 목을 꺾거나 팔을 살짝 들어 올리고 다리를 치우는 것만으로 그는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이 사람, 역시 기분 나빠. 완벽하게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 사이, 오시타리와 눈이 마주쳤다. 안경알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눈이 마주치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짧은 순간 동안 남색 눈동자는 그를 매섭게 쳐다보았다. 목 뒤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났다. 히요시는 목검을 비스듬히 쳐 내렸다. 예상 했다는 듯, 오시타리가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여전히 오시타리와 눈을 맞추며, 히요시는 목검을 거두었다.

 

“아, 뭐야, 벌써 끝내?”

“됐습니다.”

“히요시, 기대할끼구마.”

 

마당에서 벗어나 도장으로 들어가려던 히요시가 우뚝 멈춰 섰다. 오시타리는 그 알듯말듯한 묘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게 분명했다. 놀리자는 건지, 정말로 기대하겠다는 건지 그의 속내는 아무리 해도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었다. 이건 다 내 수련이 부족한 탓이다. 대답하지 않고 히요시는 발을 떼었다. 하극상을 이루어주겠어.

 

 

 

 

<악마가 눈 뜰 때> 상, 하

릿카이 올캐러 판타지 패러렐

A5 떡제 / 상: 130p→140p, 하: 136p→148p 소설 / 총 20,000원

(상, 하 2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트로만 판매합니다)

 

기존 편집에서 글자 크기 및 자간, 줄간격을 모두 줄여서 밟아넣었던 관계로

글자 크기 및 줄간격 등을 수정하여 페이지가 늘어났습니다.

추가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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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지만 쫓긴다는 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얼마를 달렸는지 당연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리 만무했다. 뒤쫓아 오던 발소리는 사라져서 간신히 숨 돌릴 틈이 생겼다. 머릿속이 산소와 이산화탄소 분자로 가득 차 뇌를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색색거리는 숨을 가라앉히려 몇 번이나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걸로 아마 스무 번째던가. 그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센 것만 스무 번이므로 그 전에도 쫓겼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는 도대체 자기가 쫓기기 전엔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자신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가 스스로에 대해 아는 사실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다. 그가 쫓기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인 것 마냥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반쯤 헤진 얇은 겉옷을 입은 채였다.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거리였다. 벽을 짚은 손바닥은 상처투성이였고, 부딪치기라도 했는지 머리가 울렸다. 비틀비틀 걸음을 옮기다 마주친 사람은 상냥하게도 “도와드릴까요?”하고 물어왔었다. 도움을 거절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무심결에 그는 손을 내밀었다. 상대방 남자가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에 손을 감았을 때였다. 찰나의 순간 온몸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힘을 느꼈고, 상대방 남자는 골목 저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당했다. 내가 그런 건가? 그를 더 무섭게 만든 것은 상대방의 반응이었다. 강렬한 힘에 날아간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었다. 그렇게나 상냥하게 말을 걸어오던 사람은 이제 누가 보더라도 자신을 공격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조차 하기 전에―물론 자기가 누군지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도망치기부터 해야 했다.

얼마나 뛰었는지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허기 때문에 더 이상 달릴 수도 없었다. 그런 일을 몇 번이나 반복했고, 주변에 보이는 먹을 것을 아무거나 훔쳐서 달아나기도 했다. 정신을 차린 뒤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는 지치면 아무 골목에서나 잠들었다. 우연히 지나친 전자제품상점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나서야 그는 자기가 얼마나 추레한 몰골인지 깨달았다. 남색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먼지를 떼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고 싶다. 그는 잠시 물이 데워진 욕조에 몸을 담그는 상상을 했다.

시선이 느껴져 그는 상상에서 벗어났다. 몸에서 냄새가 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왔다. 머리가 매우 아팠다. 문득 이런 꼴로 커다란 거리에 서 있는 게 부끄러워졌다. 뒤돌아서던 그는 갑자기 귀에 꽂힌 한 단어 때문에 우뚝 멈춰 섰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통유리창 안에 전시된 커다란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방영 중이었다. 방금 전에 앵커가 ‘키리하라 아카야’라고 했는데. 그게 누구의 이름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확실했다.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 다른 말에 비해 그 이름만큼은 칼로 찌르듯 귀를 파고들었으니까.

[주점이 밀집한 뒷골목을 폭파시킨 이 20대 남성은 자신이 마법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 남성은 화기성 물질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맨손으로 갑자기 불을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세간에서는 이 남성이 마법사가 맞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나가 있는 미즈이시 기자 불러보겠습니다.]

마법사?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이상한 울림이었다. 저 사람은 정말로 마법사일까. 그렇다면 똑같이 알 수 없는 힘을 쓴 나도 마법사일까. 키리하라 아카야라는 이름은 매우 반갑고 친근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다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도 않으면서 무작정 뉴스에 나온 그곳을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건물의 코너를 돌아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시간을 이렇게 헤매야할지, 한숨이 먼저 나왔다.

 

(중략)

 

햇볕이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니오는 인상을 세게 찌푸리며 건물 그림자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언덕에 누워 굴러다니는 건 좋지만 걸어 다닐 땐 싫단 말이지. 더운 게 싫기 보다는 땀이 나는 게 싫었다. 니오는 오로지 바텐더의 말에 기초해 머릿속에 그린 지도를 따라 걷는 중이었다. 지도를 구해주겠다고 좀 더 현실적인 제안을 해주었던 바텐더를 무시한 게 후회가 되었다. 이 정도로 길을 헤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니오는 원래 비밀통로며 온갖 뒷골목을 헤젓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새삼 이런 데서 니오는 다른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건물 그림자에서 벗어난 니오는 한 손을 들어 이마 앞에 가림 막을 만들었다.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온통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만 가득한 것을 보면 이곳이 맞았다. 일단 찾아오기는 제대로 왔는데. 그 놈은 어디서 찾는다? 무작정 이런 일을 벌인 키리하라 놈도 미친 게 분명했다. 그 미친놈이 원하는 대로 무작정 찾아온 자신도 미친 건 매한가지겠지만.

니오는 폭발의 흔적이 새겨진 길에 발을 들였다. 뚜벅뚜벅. 오로지 니오의 발소리만 건물 벽에 부딪쳐 되돌아 왔다. 니오는 작은 사거리 정 중앙, 움푹 팬 곳에 멈춰 섰다. 바로 이곳에 서서 마법을 썼을 것이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주변 건물을 휙휙 둘러보았다. 누가 봐도 휘황찬란하게 빛났을 간판들은 새까맣게 변해서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을린 모습으로도 충분히 퇴폐미를 내뿜는 간판이 있는가 하면 정직하게 상호만을 박아놓은 간판도 있었다. 여기서 어떤 것이 키리하라를 건드려서 폭발하게 했을까.

“여.”

뒤돌지 않았지만 니오는 상대에게 인사를 건넸다. 가볍게 쳇 하는 소리가 니오의 귀에 들려왔다.

“기척 숨기는 데는 재주가 없나 보지, 미역머리?”

“미역이라고 하지 마라.”

뒤를 돌아보자 잔뜩 인상을 구긴 키리하라가 보였다. 니오는 키득 웃었다. 이미 키리하라는 온몸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중이었다. 꼭 쥔 주먹과 일그러진 표정, 그리고 금방 터져 나올 것처럼 키리하라의 뒤에서 일렁거리는 기운. 어차피 주변에 아무도 없을 테니 상관없었지만, 니오는 키리하라의 무식함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맨날 저런 식이면 여기 사람이 봐도 마법사인 걸 뻔히 들킬 것 같은데. 여태까지 혼자서 버틴 게 용하다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부름에 응답해 준 귀한 손님을 이딴 식으로 대접하는 건 어느 나라 예의냐.”

“처음부터 짜증나게 한 건 그 쪽이거든요?”

말 그대로 짜증을 내면서도 지적한다고 고치는 키리하라의 모습에 니오는 다시 웃고 말았다. 뭐야, 꽤 귀엽잖아. 언제나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녀석인지라 이런 모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니오는 키리하라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훑어보았다.

“뭡니까, 그 눈은.”

“미친놈이 아닌가 알아보는 중이지.”

“아, 지금 장난해요?”

“푸릿.”

“아, 됐으니까 빨리 돌아갈 방법이나 알려줘요.”

키리하라는 이 새로운 만남이 영 달갑지 않았다. 처음 보자마자 놀려대는 말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어딘지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리하라는 니오가 자신을 무시할 만큼 실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건 단순히 말투나 분위기 탓이 아니었다. 집안 대대로 신력을 물려받았으므로 상대방이 얼마만큼의 힘을 가졌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업이라면 겨우 배운 수준이었지만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이 능력은 자부할 만 했다. 다만 니오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하지는 못 했다. 아무리 신력이 있다 해도 그걸 판단하는 건 무리니까. 키리하라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실력이 어떤지 보다 집에 돌아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나도 모르는데?”

키리하라는 더욱 세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도와주러 온 거 아니에요?”

“미쳤냐.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데.”

“아오,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머리를 세게 긁다가 키리하라는 홱 돌아섰다.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오길 바랐는데 저런 이상한 인간이나 오고 말이야. 뒤쪽에서 니오가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무시하자, 무시해. 저런 인간 말은 들을 필요 없어.

“궁금하지 않냐?”

갑자기 니오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들려왔다. 게다가 몸이 꽁꽁 묶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 제길. 누나가 그랬지. 낯선 곳에 가서는 경계심을 풀면 안 된다고. 손끝이라도 움직여 보려 했지만 온몸이 돌덩이 마냥 꼼짝하지 않았다. 짜증이 났다. 욕이라도 된통 퍼부어 주고 싶었다. 몸이 풀리면 제일 먼저 저 허연 머리의 비웃는 낯짝에 주먹을 날릴 것이다.

“너희 부모님이 왜, 누구한테 죽었는지 생각도 안 해 봤어?”

이제 니오는 키리하라의 앞에 있었다. 아까 전의 능글맞게 웃던 표정은 싹 사라지고 날카롭게 빛나는 눈만 키리하라를 쏘아 보았다. 키리하라는 속이 뒤틀렸다. 그 이후로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로 생긴 커다란 공허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키리하라는 의식적으로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나마 그것도 집안 잡기들을 몇 십 개나 부순 뒤의 일. 당장 살 길이 급급했던 지라 누나도 더 이상 그 문제를 논하지 않았다. 키리하라는 몇 달을 피해오던 문제와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사쿠라 공방>

에치젠 료마 x 류자키 사쿠노

A5 중철 / 24p, 소설 /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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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인연>

오오토리 쵸타로 드림

A5 떡제 / 148p, 소설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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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으르렁대는 소리는 짙은 어둠 속에 흩어졌다. 방망이질치는 가슴 때문에 머리도 울렸다. 비 냄새에 피비린내가 뒤섞여 진동했다. 흙탕물이 다리에 튀었다. 온몸이 으슬으슬 떨렸지만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도와주세요.

머릿속을 지배하는 여린 목소리를 쫓아 달렸다.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꿀꺽 침을 삼켰다. 소리만으로는 근처에 도달한 것 같았는데 워낙 칠흑 같은 밤중의 숲이라 시야가 명확하질 않았다. 목소리는 지금이라도 끊어질 듯 가냘팠다. 가느다란 생명줄을 놓칠세라 온 정신을 집중했다.

어디에 있어?

깨갱 소리가 귀를 찔렀다. 발이 절로 빨라졌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다. 빗물에 미끄러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더 빨리.

「안 돼!」

나무 꼭대기만큼 높은 곳에서 노란 눈이 빛났다.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에조늑대 발밑의 강아지 역시 경련을 일으키듯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웬만한 나무줄기 못지않게 굵은 에조늑대의 다리가 위협적으로 움직였다. 잽싸게 몸을 피해 강아지를 향해 달려갔다.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당장 죽을 것 같은 강아지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머리 위에 있는 커다란 발을 보면서도, 제 몸과 비슷해 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강아지를 품으로 확 끌어안았다.

「이러다 죽겠어요! 제발요!」

에조늑대의 커다란 이빨이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확 찢어진 입이 벌어졌다. 번개가 으르렁 울었다.

 

(중략)

 

유이는 튕겨져 나오듯 몸을 일으켰다. 손으로 짚은 바닥이 너무 푹신해서 더욱 기겁했다. 놀라서 뚫어져라 쳐다보니 다행히도 오오토리의 흰 털이었다. 코끝이 찡했다. 기절한 유이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일부러 개의 모습으로 있는 듯 했다. 손에 힘을 풀어 부드럽게 털을 쓸어내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익숙한 집이 보였다. 불이 환하게 밝혀진 방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이는 번쩍 정신이 들어, 미끄러지듯 오오토리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마당을 밟기 무섭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쵸타로! 얼른 인간 모습으로 바꿔!”

목소리가 절로 날카로워졌다. 마당에 가득 들어찰 만큼 커다란 흰 개가 마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게다가 기술사가 이 장면을 보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오오토리는 유이의 말을 따를 생각이 없는 듯, 가만히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얼른! 누가 보면 어떡해!”

등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유이는 그래봐야 발 하나를 가릴 수 있을까 한 작은 몸으로 오오토리를 가리듯 뒤돌아섰다. 야마다 촌장에 더불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기술사도 서 있었다. 유이는 한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흰 털이 그녀의 등을 간질였다.

“오오카미, 그 영물을 숲으로 돌려 보내거라.”

“쵸타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나도 안다. 하지만 곧 보름달이 뜰 거야. 지금도 안전하지 않아.”

“안전해요. 쵸타로는 절대로 아무도 해치지 않아요!”

“뜻 모를 확신이군요.”

모든 사람의 시선이 기술사에게로 쏠렸다. 사내가 기술사라는 건 이미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 모양이었다. 유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보름달 밑의 영물이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내가 보장해요. 내가 이 마을의 중개자예요.”

“능력이 불안정하다고 들었는데요.”

기술사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더니 금방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확신하는 건 오히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 애는 괜찮아요. 괜찮다고요!”

“유이, 네가 그 애를 특별히 여기는 건 안다만…….”

나카시마 씨가 달래듯 말을 건넸다. 유이 역시 오오토리가 숲에 있는 편이 안심이 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사람들을 공격할까봐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오토리를 해칠까봐서였다. 폭주한 영물이 오오토리에게 달려든대도 이제 쉽게 다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랐으니, 오히려 숲속이 더 안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의 눈앞에서 오오토리가 잘못했으니 마을에서 떠나라는 식인 것은 불공평했다.

“말했잖아요! 쵸타로는 한 번도 누군가를 공격한 적이 없어요. 해를 입힌 적도 없고요. 제가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쵸타로예요. 그런데 왜 무조건 내쫓으려고만 하세요?”

“어찌됐든 영물인데 그걸 어떻게 믿으라는 게냐! 얼른 내보내지 못해!”

“촌장님!”

 

 

<너에게>

에치젠 료마 x 류자키 사쿠노

A5 떡제 / 38p, 소설 /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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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항상 사람으로 북적였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과 그들을 배웅 혹은 마중하러 온 두세 배의 사람들로 언제나 시끄러웠다. 혼잡한 곳을 꺼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왁자지껄한 건 불편했다. 그래도 간만에 맡는 일본 특유의 공기 냄새가 에치젠을 안정시켰다.

모처럼 기분이 좋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훈련으로 피곤해서인지 계속 저기압이었다. 일본 땅을 밟았을 뿐인데 이 정도라니, 고향의 힘이란 게 이런 건가 처음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 몇 가지 제출서류를 내고, 입국 수속을 했다. 꽤 큰 비행기를 탔으니 캐리어가 나올 때까지는 다른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몰랐다. 오전에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니 짐 찾는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조금 늦은 시간을 알려주긴 했다. 다만, 언제나 확신은 금물이었다. 테니스든 평소 인간관계든 무엇이 됐건 과도하게 확신하면 빈틈이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그래, 테즈카의 말대로 ‘방심 말고 가’는 게 중요했다.

이제 막 진동과 함께 켜진 스마트폰은 어떤 알림도 보여주지 않았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에치젠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에치젠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약속시간을 어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길치라는 게 늘 걸림돌이었다. 공항은 자주 오는 데가 아니었으니 아마 또 한참 헤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차피 늦을 거라면 되도록 짐이 나올 때까진 연락이 없길 바랐다. 입국할 때엔 누군가가 기다려주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녀를 기다리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딱 맞게, 서로가 얼굴을 볼 수 있길 기대했다.

덜컹덜컹 소리가 나며 캐리어가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까만색의 커다란 캐리어, 흰색에 온갖 스티커를 붙여 알록달록한 캐리어, 파란색의 물결무늬 캐리어 등, 주인을 찾기 위해 제각기 개성을 발휘하는 짐들이 쏟아져 내렸다. 에치젠이 기다리는 짐은 하나였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커다란 짐들은 미리 부쳐, 들고 귀국한 건 옷가지 몇 벌과 며칠 전 산 선물들뿐이었다. 그래도 큰 캐리어가 하나 가득 찬 게 신기했다. 어느새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많아졌다는 게 조금 어색했다.

아아. 보고 싶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중략)

 

「너는?」

『응?』

「너는 어떠냐고. 남자친구.」

『그, 그런 거 없어. 고, 고백 같은 거 받은 적도 없고…….』

「흐응. 그럼 됐어. 여자애들은 자기 친구가 남자친구 생기면 섭섭해 하기도 한다던데.」

『어, 어? 그, 그야 아무래도 친한 친구면 조금 뺏긴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러긴 하는데……. 토모쨩은 그래도 자주 연락하고 얼굴도 보고 그래서 괜찮아.』

이걸 왜 물어봤을까.

류자키가 늘어놓는 말이 제대로 잘 들리지 않았다. 어쨌든 류자키에겐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의외였다. 류자키는 예쁘게 생겼고, 피부도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직접 만져본 거라곤 손밖에 없긴 했지만 말이다. 여자애들 손은 다 이렇게 부드러운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딱히 눈대중이 틀리지는 않은 듯 했다.

키가 크면 싫어하는 남자애들도 있다던데.

미국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다 같이 모였을 때에도 오사카다보다는 조금 더 컸으니 여자애들의 평균 키보다는 큰 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봐야 쑥쑥 자라난 에치젠보다야 여전히 작았다. 류자키 정도면 그렇게 큰 키는 아니었다. 그냥 딱 보기에 옷태가 잘 날 정도로 적당한 키.

 

 

☆예약 양식☆

입금자분 성함(수령자분 성함) / 책 제목+권 수 / 총 입금 금액 / 본인 확인용 네 자리 숫자

성함은 본명, 닉네임 상관없으나 입금자분 성함과 일치해야 합니다

책 제목은 전체를 다 쓰지 않으셔도 OK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됩니다

 

ex) 리나 / 얼음꽃 1권, 너에게 1권 / 14,000원 /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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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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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종료 후, 남는 책이 있으면 다시 통판 공지를 올릴 예정입니다.

 

선입금 예약은 10월 22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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