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생일 합작

 

함께 해주신 분들의 합작은 이쪽에

https://fujihappybirthday.wixsite.com/loveyou/

 

 

 

 

  “슈스케, 내일 저녁 먹고 온댔나?”

  “, 그럴 거야.”

  “다 컸다~ 이제 생일날 친구들이랑 밥 먹네.”

 

  풋 웃는 누나에게 후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나의 말대로 크진 않았을지라도, 어느 정도 크긴 했을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3. 마지막 기말시험까지 마친 3학년들에게 남은 행사는 졸업식뿐이었다.

  올해는 좀 더 특별했다. 기말시험이 끝난 다음 날, 그러니까 내일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29일이자 후지의 생일이었다. 이런 경사스러운 기념일을 친구들이 지나갈 리 없었다. 시험 일정이 안 겹친다면서 제일 기뻐한 키쿠마루를 시작으로,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면서 생일 파티 계획이 생겼다. 여기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모모시로와 카이도까지 합류하면서 언제나의 그 멤버들이 모이게 되었다. 무뚝뚝한 몇 마디를 추가해줄 후배 한 명이 모자란 건 아쉬웠지만, 후지로서는 매우 기뻤다.

 

  “밤에는 아버지랑 유타도 온댔으니까 너무 늦지 말고.”

  “알았어.”

 

  잘 자라는 인사를 덧붙이고, 후지는 방으로 돌아왔다. 어쩐지 가슴이 술렁였다. 해마다 맞는 생일이었지만(비록 28일에 치르긴 했지만, 어쨌든 생일은 해마다 축하받았다) 졸업을 앞둬서 그런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3년 동안 테니스부에서는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마지막인 올해는 전국 우승이라는 커다란 성과도 이룰 수 있었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후지는 팀메이트와 마찬가지로 승리를 바라게 되었다. 함께 이기고 싶었고, 바통을 뒷사람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결심도 이 팀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제게 일어난 이 사소하고도 큰 변화를 알기에, 후지는 졸업이 아쉬웠다.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는 정도야 앞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함께 팀이 되어 같은 골인 지점을 향해 걷는 일은 없을 것이다.

  후지는 한숨을 크게 뱉어냈다. 무엇이든 한정된 시간이기에 더욱 소중한 법이었다.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현재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수밖에 없다. 후지 슈스케는 후회를 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그런 걸 남기는 것도 원치 않았다. 졸업식까지는 약 보름이 남아 있었다. 내일 있을 생일 파티도 그사이에 만들게 될 소중한 추억이었다. 머리가 상쾌해진 후지는 그대로 침대에 올랐다.

 

*

 

  이러려고 부 활동 쉰다고 했구나.

  3학년의 활동은 여름의 전국대회를 기점으로 사실상 끝났다. 아직 테즈카가 부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긴 했지만, 현재의 세이가쿠 테니스부를 이끄는 사람은 카이도였다. 늘 하던 연습을 쉰다기에 아예 놀러 나가기라도 하려나 보다 생각했던 후지는, 테니스장 입구에서 펄럭이는 현수막을 보고 멈춰서고 말았다. ‘세이슌 학원 후지 슈스케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아주 정직한 현수막은 아무래도 직접 글씨를 쓴 모양인지 글자마다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는 아마도 키쿠마루, 그 옆에 정자체로 글자마저 올바른 게 오오이시, 투박하고 커다란 글씨는 카와무라…… 시원시원하게 큼지막한 글자는 모모시로일 테고, 급하게 쓰지 않으려고 꾹꾹 눌러쓴 흔적이 보이는 글자는 이누이 같았다. 글씨 교본 책에 나올 것처럼 아주 정갈한 카이도의 글씨에 이어, 마지막 글자는 선생님의 칠판 글씨 같아 보이니 테즈카의 글씨가 분명했다. 글씨체도 참 성격을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생일 축하해, 후지!”

 

  제 옆에서 함께 걷던 키쿠마루가 큰소리로 외치는 것과 동시에 테니스장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여길 파티장으로 쓰려고 쉰 거야?”

  “, ……. 선배들이 생일 축하 파티는 기왕이면 여기서 하고 싶다고 하셔서.”

 

  묻지 않고도 후지는 그 의견을 제일 처음 낸 사람이 키쿠마루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씨익 웃으며 후지를 재촉하는 표정에 이미 답이 있었다. 테니스장으로 들어서자 코트 한가운데 서 있는 오오이시가 보였다. 케이크를 든 그의 표정이 환하게 빛났다.

 

  “생일 축하해, 후지.”

  “고마워. 준비를 많이 했나 보네.”

  “하하, 졸업 전에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생일이잖아. 다들 엄청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

 

  테니스장 여기저기를 장식한 풍선은 카와무라의 작품인 듯했다. 후지가 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카와무라는 후지에게 등을 보인 채 무언가에 열중한 상태였다.

 

  “후지, 오늘은 널 위해 신작 이누이즙을 준비했는데.”

  “그거 기대되는걸.”

 

  주변인들의 표정이 모두 굳었지만 후지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실제로 그는 청초처럼 신 계열이 아니라면 이누이즙에는 강했다. 이누이가 신작을 만들 때마다 무슨 맛이 날지 기대도 되었다. 순수하게, 후지는 이누이즙이라는 선물이 기뻤다.

 

  “후지의 평소 습관이나 음식 취향을 고려했을 때, 더 필요한 영양소는……

  “, 생일날까지 그런 어려운 얘기 하지 말자고요! 맛있는 것도 잔뜩 준비해놨는데!”

 

  모모시로의 제지에도 이누이는 계속 말을 이을 기세였지만, 키쿠마루가 번쩍 손을 들어 이누이의 입을 막았다. 떼어내려는 이누이와 절대 손을 떼지 않는 키쿠마루, 그리고 마찬가지로 딱 붙어서 키쿠마루를 돕고 있는 모모시로에 손에 든 케이크 때문에 어쩌질 못하고 말로 두 사람을 말리는 오오이시까지, 익숙한 풍경에 후지는 풋 웃음이 터졌다.

 

  “됐다! , 후지!”

  “타카상, 뭘 하느라 그렇게 집중했어?”

  “, 이거! 거의 다 했는데 마지막에 터뜨리는 바람에 다시 만드느라……

 

  카와무라가 내민 것은 풍선이었다. 정확히는 척 봐도 미니 선인장 화분처럼 생긴 풍선아트였다. 풍선아트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아들고 후지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 고마워. 이건 예상 밖이네.”

  “풍선을 사러 갔더니 마침 옆에 선인장 만들어놓은 게 전시되어 있었거든.”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을 카와무라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졌다. 투박한 손이지만 초밥을 쥐는 손인 만큼 섬세하게 풍선을 다루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부실로 슬슬 들어가죠. 부장이…… 테즈카 선배가 기다립니다.”

 

  입에 붙지 않은 호칭 때문인지 카이도의 표정이 미묘했다. 그제야 겨우 실랑이를 멈춘 세 사람도 그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후지는 약 보름 뒤에 이별하게 될 부실의 앞에 섰다. 늘 아무렇지 않게 열었던 문이 새삼 특별했다. 문고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돌렸다.

  부실은 깨끗했다. 풍선 몇 개가 창문을 장식했고, 그 밑에 밖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로 손을 직접 쓴 작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음료수와 과자, 파이 등 다양한 간식거리가 가득했다. 부실을 비추는 오후 햇살 속에 테즈카가 서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후지.”

  “고마워, 테즈카. 그건 뭐야?”

 

  둘둘 말아서 리본까지 묶어놓은 종이가 후지의 시선을 끌었다. 테즈카는 그 종이를 후지에게 내밀었다. 왠지, 그는 웃고 있었던 것 같았다.

 

  “부원들이 롤링 페이퍼를 작성했다. 류자키 선생님께도 한 마디를 부탁드렸고.”

  “그건 어마어마한 선물인데.”

  “에이, 진짜 선물은 따로 준비했죠! 저는 먹을 거!”

 

  싱글벙글 웃는 모모시로를 시작으로 선물 증정 타임이 시작되었다. 모모시로는 동네에서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빵집의 파이를 들고 왔고, 테즈카는 고심해서 고른 게 눈에 선한 선인장용 분갈이 흙을 선물했다. 카이도는 어떻게 알았는지(아마 이누이가 정보의 출처겠지만) 앤티크 식기를 내밀었고, 카와무라는 취향일지 모르겠다면서 재즈 음반을 주었다. 이누이는 얼마 전 새로 나왔다는 선인장 관련 책과 함께 이누이즙(“선배, 그건 선물이 아니잖아요!”)을 선물했다. 오오이시와 키쿠마루에게는 카메라를 받았다. 가격 때문에 고민하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상담하다가 같은 선물을 준비하려던 걸 알고 함께 돈을 모아 준비했다는 이야기는 덤이었다.

 

  “너무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생일이잖아! 하루 정도는 그래도 된다냥!”

  “그래, 후지. 생일이잖아.”

  “케이크에 불 켜는 것도 잊으면 안 되지.”

 

  오오이시가 색색의 초를 케이크에 꽂았다. 후지는 그 초를 보면서, 16살의 첫날을 이곳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보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지 슈스케는 지금 더없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성냥으로 불을 붙이자 분위기가 완벽해졌다.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부실의 불을 껐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부실은 여전히 밝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신호라도 준 것처럼 동시에 해피 버스데이 노래가 시작되었고, 그 마무리에 맞추어 후지도 촛불을 불었다. 이미 들었던 축하 인사를 또 들으면서 후지는 웃었다.

 

  “그럼 여기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공개해야겠군.”

  “서프라이즈?”

 

  이누이의 말에야 겨우 부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 달칵거리는 소리가 난 뒤, 이누이가 옆으로 비켜섰다.

 

  「이거 어색한데. , , 후지 선배, 생일 축하해요. 선배들이 이런 걸 찍으라고 해서…… , 웃지 말라고요. 다음에 가면 나랑 꼭 승부 내기에요. 그땐 무슨 일이 있어도 중간에 그만 안 둘 테니까. ……아무튼 생일 축하해요.

 

  누군가에게 촬영을 부탁한 모양인지 에치젠의 말 뒤로 웃는 소리가 함께 녹화되어 있었다. 여전히 테니스 생각밖에 없는 건방진 후배의 모습에 후지는 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자마자 에치젠이랑 시합하려면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는걸.”

  “! 그럼 이거 먹고 테니스 칠까냥?”

  “하하, 다들 테니스 생각밖에 없구나.”

  “그러지 말고 타카상도 같이 하면 어때? 후지랑 간만에 더블스 상대를 해주면 좋겠는데.”

  “오오, 찬성입니다, 찬성이에요! 그럼 카이도, 넌 나랑 붙자!”

  “.”

  “그럼 내 대전 상대는 테즈카가 되는군.”

  “아직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만.”

 

  평소와 똑같은 흐름이었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간밤에 느낀 아쉬움이나 술렁거림은 아무 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몇 년이 흐르든, 몇 십 년이 흐르든 이 사람들과는 늘 이런 대화를 나눌 것 같았다.

 

  “후후, 좋아. 일단 케이크부터 먹고.”

  “좋아, 그럼 먹을 준비부터 해볼까?”

 

  오오이시의 한 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두의 표정이 즐거워 보였다. 세이슌 중학교에서 보내는 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4년에 한 번뿐인 생일을 축하하며.

 

내게 테니프리의 시작이었던 사람이자

내 꼬맹이의 영원한 연인.

 

후지 슈스케, 생일 축하해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