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님이 주신 키워드
<후지, 사진, 노란색 꽃다발, 겨울에서 봄>
“이제 곧 봄이구나.”
창가에 기대어 있던 그가 무심결에 뱉어내었다. 방 한 쪽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던 유타가 슥 그를 돌아보았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형의 모습은 유타에게 익숙했다. 뭐, 봄이 올 때가 되긴 했지. 유타는 머리를 긁적이며 만화책을 덮었다. 슥 그의 시선이 형에게서 벗어나 벽에 걸린 달력으로 향했다. 봄이 가까워져 간다는 것은 형의 생일이 가까워져 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형, 그 전에 형 생일이 먼저 아냐?”
“난 유타가 모르는 줄 알았지.”
생글 웃으면서 돌아보는 후지를 보며 유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하고 유타가 투덜거리자 후지는 다시 쿡쿡거렸다. 언제나 귀엽다니까, 유타는. 사실 후지는 그를 괴롭히거나 놀릴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렇게 표현되는 것은 그저 그의 성격 탓이었다. 그렇게 웃는 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유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가지고 싶은 거 있어?”
“글쎄. 카메라 렌즈?”
“형…….”
“농담이야.”
또 한 번 쿡, 하고 가볍게 후지가 웃었다. 카메라라면 이미 쓰던 게 손에 익은 상태였다. 렌즈라도 새로 살까 싶었지만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동생에게 요구할 것은 아니었다. 누나라면 사주지 않을까, 하고 잠시 고민하는 그였지만 그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새로 책이 나온 기념으로 누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보다 유타, 나갔다 오지 않을래?”
“응? 갑자기 왜?”
“나가자.”
더 말없이 그는 창가에서 벗어나 카메라부터 집어 들었다. 슬슬 해가 저물어 가는데 아직 괜찮으려나. 뒤에서 유타가 투덜거리는 게 들렸지만 후지는 피식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형, 뭐하려고?”
“유미코 누나한테 뭔가 선물이 될 만한 걸 주고 싶어서.”
“아, 맞다, 꽃다발은 줘야 할 텐데.”
유타가 주머니를 뒤적이는 동안 후지는 어느새 공원 안쪽까지 들어가 있었다. 카메라를 손에 쥔 그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저물어가는 해 때문에 공원은 붉은 빛이었다. 지갑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유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붉은 빛 사이로 후지가 서 있는 모습이 유타의 눈에 들어왔다. 왠지 그림에 나올 것 같은 장면이었다. 붉게 채색된 배경에다가 살짝 은빛이 도는 공원, 그리고 그 가운데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남자. 풍경화의 배경이 되기에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유타, 이리 와봐.”
한참 카메라를 들여 보고 있는 것 같던 후지가 손짓으로 유타를 불렀다. 유타가 쫓아갈 때까지도 후지는 한 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후지가 보고 있던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그의 발 바로 앞쪽의 화단이었다. 때를 착각해서 조금 일찍 나온 것일까, 화단에는 노란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예쁘지?”
“헤, 이거 용케 발견했네. 이거 찍으려고?”
“잘 찍으면 예쁘게 나올 것 같아. 노을도 졌고.”
카메라에 집중하는 후지를 보며 유타는 머리를 긁적였다. 가끔 보면 이런 걸 열심히 하고 있는 형도 대단하다니까.
“그보다 형, 꽃다발은 어떻게 하지?”
“나 지갑 있어.”
“언제 챙겼어?”
피식, 하고 웃으면서 후지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몇 번을 반복하던 그가 한참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손을 머리 뒤로 하고 서 있던 유타가 후지를 슥 돌아보았다.
“맘에 들게 나왔어?”
“응. 꽃다발도 그럼 맞춰서 노란색으로 사가지고 갈까?”
“뭐 괜찮지 않아?”
“그럼 가자.”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가 후지의 얼굴에 올랐다. 유타도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주었다. 공원을 나서는 두 사람의 뒤로 해가 아예 넘어가고 있었다.
(2012.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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