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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오 일루젼과 싱크로한 오오이시한테 징징대는 에이지>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닐 텐데. 이층 침대는 이미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베게 위로 살짝 삐져나온 붉은 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에이지, 벌써 자?”

 

 자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붉은 색 머리카락이 쏙 이불 밑으로 들어갔다. 난감한 듯 오오이시가 머리를 긁적였다. 큰일이군. 혁명군단이 1군과 시합을 한 이야기는 이미 U-17 합숙소 내에 쫙 퍼져 있었다. 오오이시도 그 혁명군단 안에 속해 있었다. 키쿠마루가 이러고 있는 이유는 불 보듯 뻔했다.

 

 “에이지.”

 “잘 거야.”

 “낮에 시합 말인데…….”

 

 이불을 팩 베개까지 덮어버리는 신경질적인 움직임을 보며 오오이시는 살짝 한숨 쉬었다. 싱크로를 가능하게 할 만큼 니오의 일루젼은 굉장했다. 그만큼의 실력이 받쳐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은 오오이시도 알고 있었다. 어쨌든 니오는 키쿠마루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쳐다봐도 키쿠마루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럼 다음에 얘기하자.”

 

 키쿠마루의 침대에서 시선을 떼고 오오이시가 고개를 숙였다. 무릎을 반쯤 굽혔을 때, 위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다시 그가 고개를 들자 키쿠마루가 이층 침대에서 살짝 허리를 굽힌 채로 일어나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시 무릎을 펴 품에 베개를 끌어안고 볼을 잔뜩 부풀린 키쿠마루의 얼굴을 마주했다. 잔뜩 뚱한 표정이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기세였다.

 

 “니오의 일루젼은 굉장했어.”

 “안다냥.”

 “나도 싱크로를 할 수 있었던 것에선 정말 놀랐으니까.”

 

 키쿠마루가 부풀리고 있던 볼을 풀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역시나 이것 때문이었구나.

 

 “에이지.”

 “나도 안다냥. 일루젼해도 내가 더 오오이시랑 호흡 잘 맞는 것도 알고, 아크로바틱도 내가 더 잘 하는 거 알아.”

 

 하하, 난감하게 오오이시는 그저 웃었다. 그는 키쿠마루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알아도 서운한 건 서운한 거고, 그걸 겉으로 다 드러내고 마는 자기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도 역시 내 파트너는 에이지니까.”

 

 키쿠마루가 품에 안은 베개를 좀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시선이 베개와 오오이시를 계속 오고갔다. 조금 갈등하는 듯 묘한 표정을 하고 있던 그가 마침내 오오이시를 똑바로 쳐다봤다.

 

 “다음번에는 진짜 세이가쿠 골든페어의 힘을 보여주자냥.”

 “물론이지.”

 

 오오이시가 주먹을 쥔 손을 내밀었다. 키쿠마루도 베개를 안고 있던 팔을 풀어 주먹을 맞대었다. 씨익, 평소의 미소를 지으면서 웃어주는 키쿠마루에게 오오이시도 웃어주었다.

 

 

 

 

(2012.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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