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의 이유

- 벨레트 X 베르나데타

- 홍화 엔딩 후

- 이미 결혼한 사이!

 

 

 졸졸졸. 개울물이 흐르는 미약한 소리가 귀에 꽂혔다. 베르나데타는 황급히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찾아야 할 사람이 있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소리를 따라가면 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안 가 예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개울가 저 위쪽에 누군가가 엎어져 있었다. 베르나데타의 발이 더 빨라졌다. 졸졸졸 소리가 점점 커졌고 그만큼 제 숨소리도 커졌다. 검은색 덩어리 같던 것은 이제 명백히 사람의 뒷모습으로 보였다. 찾는 이가 맞았다. 짙은 청록색 머리카락이 물을 머금은 탓에 더 어두워 보였다. 물을 첨벙첨벙 튀기며 베르나데타는 허겁지겁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벨레트 씨!”

  망토 역시 물을 머금기는 마찬가지라 무게가 상당했다. 끙끙대며 그의 몸을 돌아 눕히는 데 성공한 베르나데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였다.
  얼굴이 너무나 창백했다.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려 있는 얼굴은 꼭 죽은 사람의 그것 같았다. 공포가 온몸을 엄습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자신이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지 인지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숨을 확인하고자 코 앞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개울물에 엎어져 있던 탓인지 그의 코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손에 걸리는 것이 바람인지 그의 숨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벨레트 씨?”

  쇳소리 같은 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 목소리에라도 그가 눈을 떠주기를 빌었다. 간절함은 길어지고 제 호흡은 짧아졌다. 가뜩이나 젖어 있는 그의 망토 위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다시 이름을 부르고 싶었으나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가슴이 꽉 조여서 숨도, 소리도 겨우 뱉어내는 수준이었다.

  “안 돼……”

  손으로 마구 그의 얼굴을 더듬었다. 차갑게 식은 피부를 체온으로 녹여주기라도 하면 그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물이 비산해 어디로 흩어지는지도 모른 채 그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안 돼…… 안 돼, 벨레트 씨……”

  그리고 번쩍 눈이 뜨였다.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익숙한 천장은 베르나데타를 빠르게 안정시켜 주었고, 자신이 악몽을 꾸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귓가가 축축했다. 손으로 더듬어 보니 실제로 눈물을 흘린 모양이었다. 가슴이 쾅쾅 뛰어서 아플 지경이었다. 거칠어진 숨을 한 번 크게 뱉어내고 심호흡을 했다.

  아무래도 저녁에 들었던 이야기가 꿈에 나온 모양이었다. 창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문득 사라졌던 5년 동안에는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문을 했더랬다. 벨레트는 평소와 같은 태연한 얼굴로 정말로 자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소티스가 깨우기 전까지는 자신이 자고 있는지도 몰랐으며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제는 제법 잘 웃게 된 벨레트가 ‘사실은 죽어 있었던 것을 여신의 힘으로 부활시킨 것인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고개를 슬쩍 돌리니 농담을 한 당사자이자 베르나데타의 남편인 벨레트는 곤히 자고 있었다. 완벽히 가시지 않은 불안감이 슬그머니 또 고개를 드는 것 같아 베르나데타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숨소리처럼 그의 코를 드나드는 숨이 베르나데타의 손을 간지럽혔다. 조금 더 편안해진 마음으로 베르나데타는 남편의 볼에 손을 얹었다. 체온이 느껴졌다. 저보다는 조금 낮지만 확실하게 살아 있는 사람의 체온이었다.

  자는 모습도 참 사랑스러워.

  그런 생각에 무심코 미소를 지으며 베르나데타가 벨레트의 볼을 쓰다듬었다. 이럴 때면 그는 부드럽게 눈을 뜨고서는 베르나데타와 눈을 맞추고 미소 짓고는 했다. 하지만 오늘은 피곤한 것인지 눈을 뜨지 않았다. 꺼지지 않은 불씨가 다시 확 기세를 키우듯, 불안감의 늪이 다시 베르나데타를 집어삼켰다.
  벨레트는 그것을 용병 시절의 버릇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위를 경계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벨레트는 잠귀에 매우 밝았다. 베르나데타가 약간만 뒤척이거나 그와 닿아도 번쩍 눈을 뜨고는 했다. 베르나데타와 같은 침대에서 자게 되면서부터는 조금씩 그런 버릇이 없어지고는 있었다. 다만, 지금 베르나데타의 상황에서는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졌다. 괜찮다는 말을 주문처럼 머릿속으로 외웠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벨레트와 결혼하면서부터 조금씩 없어지던 부정적인 생각이 한 번에 떠밀려 나와 베르나데타를 잠식하는 것 같았다.

  “벨레트 씨.”

  결국은 견디지 못하고 이름을 불렀다.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또르르 흘렀다. 눈물이 턱에서 똑 떨어질 때, 벨레트가 아주 부드럽게 눈을 떴다.

  “베르나데타.”

  약간은 잠이 덜 깬 듯한 목소리였다.

  “미, 미안해요. 깨우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악몽을 꿔서, 벨레트 씨가 눈을 안 떠서, 너무 차가운데 눈을, 눈을 안 뜨고, 숨도 안 쉬고, 무서워서……”
  “괜찮아, 베르나데타.”
  “깨보니까 벨레트 씨는 자, 잘 자고 있고, 그래서 안심했는데 또 이번에는, 제, 제가 쓰다듬었는데도 안 깨니까 또 무서워져서……”

  남편이 부드럽게 제 이름을 부르자 무서운 감정은 단번에 사라졌다. 하지만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횡설수설 늘어놓는 말 사이로 훌쩍 소리가 뒤섞였다. 눈물이 자꾸만 흘러서 이불을 적셨다. 벨레트는 몸을 일으켜 베르나데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등을 토닥이며 그가 다정하게 말했다.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당연하고 편안하게 느껴져서 그래. 내게 닿는 게 네 손이라면 그건 편안하고 기분 좋은 거지, 위협이 아니니까.”
  “그, 그런 거예요?”

  훌쩍이면서도 그런 대답을 뱉어냈다. 벨레트가 후, 하고 웃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살포시 그의 등에 얹어놓은 손바닥을 통해 맥박이 느껴졌다. 한때는 느끼지 못했던 맥박이 이제는 또렷하게 손을 타고 전해졌다.

  “응. 베르나데타는 내게 안식처야. 편안하고 행복한 곳. 그러니까 너무 겁먹지 마. 아마 나는 평범한 인간으로서 아직 적응하는 중이라 상태에 난조가 있는 걸지도 몰라.”

  베르나데타를 품에서 조금 떼어낸 그가 투박한 손으로 베르나데타의 볼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벨레트의 말대로 그의 손은 편안하고 기분 좋았다. 위협이라고 생각할 만한 건 전혀 없었다. 그대로 그의 손에 제 얼굴을 맡기고 베르나데타는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벨레트 씨.”
  “카스파르한테 들었는데 꿈은 반대래. 꿈에서 내가 죽었다면 아마 나는 장수할 운명일지도 몰라.”

  결국은 풋 웃음이 나왔다. 벨레트도 따라 미소 지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직 밖은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손을 꼭 잡은 채, 한 부부는 그들의 편안한 안식처에서 나란히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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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일본 풍설 웹온리에서 레트베르 신혼 앤솔로지가 나올 건데

아무리 그래도 일본어로 소설을 쓸 수는 없으니 참가는 못 하지만

나도 신혼으로 뭔가 쓰고 싶다~! 하고 썼는데

내용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아서 어... 어라...?

하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신혼의 달콤함이 있으니

아무튼 신혼인 걸로 해둡시다

 

그래도 아쉬워서 행복한 플롯도 하나 더 짜뒀으니

조만간 써보겠습니다....

 

앗 맞다 완전 딴소리인데

번역기로 보시는 분들이 계시니 혹시 몰라서...

편하게 보시라고 적어두는 고유명사

ベレト 벨레트

ベルナデッタ 베르나데타

カスパル 카스파르

이건 소설에서는 안 나오지만 커플명^^

レトベル 레트베르

이것도 소설에는 안 나오지만

日本では略して「風花」韓国では「風雪(풍설)」になってます

 

여러분 물 건너의 저와도 함께 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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