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03 전력드림 <DOLCE>
「사랑에 빠지는 소리가 났다」
이즈미 쿄카 드림
만월(滿月)이 가까워진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동시에 동그란 제 모습을 되찾아가는 달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렸다. 성큼성큼 밖으로 나오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귀찮은 변명을 생각해낼 필요가 없게 된 건 다행이었다.
그보다 내가 왜 밤하늘도 올려다볼 수 없게 됐냐는 말이야.
굳이 말하자면 나는 완벽하게 동그란 형태의 달이 뜬 밤하늘을 좋아했다. 세상을 은은하게 비추는 그 모습 자체가 내 영감(靈感)을 자극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건 과거의 일일 뿐이다. 달 같은 게 있어서 뭐 해. 어차피 가스등도 생겼고, 정 어두우면 촛불이라도 키고 돌아다니라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도 손으로 더듬어 찾을 수 있는 온기만 있다면 충분하니까. 내가 기억하는 그 따뜻함으로 그 앨 찾아낼 수 있어. 머리카락 한 올, 자그마한 몸, 뜨거운 입술까지 전부 다 빠뜨리지 않고 새겨놨으니까 아무 문제없어. 그러니까 달 따위, 없어져버리면 돼.
만월이 무섭다.
방금 전까지 그 애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머리를 쓰다듬고 볼에 손을 얹고 입을 맞추고 있었는데 지금은 터무니없이 무섭기만 하다. 멋대로 약속까지 잡아놨지만 불안감은 가시질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전부 토해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보다 내가 지껄인 말 중에 얼마만큼이나 알아들었을까, 그 멍청이. 너 같은 건 일주일 만에 잊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거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당연히 그딴 건 불가능하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애초에 그 앨 붙잡고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거니까. 이게 다 그 멍청이 때문이야. 애초에 떠날 거였다면 왜 입 싹 닫고 있었던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그야말로 멍청하게 그 앨…….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화들짝 놀라서 발을 멈췄다. 나도 모르게 그 애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거길 가서 어쩌려고? 그보다 데려다 준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거길 가려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안하다.
지금 당장 뛰어 들어가서 네가 아직 이 시대에 있다는 걸 확인하면 안심이 될 것 같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다시 돌아섰다. 이 순간 내가 가장 두려운 건 만월도 아닌, 너. 너의 존재 여부. 뛰어 들어갔다가 네가 없는 걸 알게 되면, 그 순간 찾아올 수없이 많은 감정의 파편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무서운 순간은 조금 늦추기로 한다. 정말로 네가 만월이 뜨는 날, 너의 시대로 돌아간다면 그 전까진 여기 있을 거라고 믿어도 되겠지. 그게 어린애 같은 믿음이라 할지라도.
왜 좋아하게 되어 버린 걸까. 돌아간다면서 왜 그 애는 나를 같이 끌어안은 걸까. 정말로 그 애가 돌아간다면, 내가 한 모든 말을 안고 간다고 생각하면 후회스럽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 곳에서 날 떠올리며 혼자 울길 바라지만 그런 그 앨 떠올리고 싶진 않다. 나 혼자 여기서 그렇게 아파하는 건 확실히 불공평하지만 우는 그 앨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이 아프다. 나는 도대체 언제부터 널 이렇게 좋아하게 되어버린 걸까. 그리고 넌 언제부터 나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걸까.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 그 모든 순간마다 전부, 사랑에 빠지는 소리가 났단 걸 우리 둘 다 눈치 채지 못한 탓이다. 그래, 내 탓도, 그 애 탓도 아니다. 그저 아직은 이지러져 있는 달이 없어져주기만 하면, 아니, 적어도 그대로 멈춰주기만 하면 된다. 그럼 그깟 사랑에 빠지는 소리쯤, 수백 번 수천 번 울려도 상관없어.
(2016.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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